보증금 3천만원·사건관계자 접촉 금지 조건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송영길이 회유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송영길(60) 소나무당 대표가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30일 송 대표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9일 구속된 지 16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재판부는 보석보증금으로 3천만원(전액 보증보험)을 내라고 명령했다. 재판 출석과 증거인멸, 외국 출국 등과 관련한 서약서도 제출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공판 출석의 의무를 지며, 출국 내지 3일 이상의 여행을 할 경우 미리 법원에 신고해 허가받아야 한다. 아울러 재판부는 송 대표가 사건 관계자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거나 연락하지 말도록 했다. 만약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그 사실과 경위, 내용에 대해 재판부에 즉시 알리도록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3월 29일 송 대표가 청구한 보석 신청을 증거인멸 등 이유로 기각했지만, 증인 신문이 사실상 마무리돼 증거 인멸 우려가 낮아지고 1심 구속 만료 기한도 다가오면서 그의 석방을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송 대표가 보석 신청을 재차 청구하자 “6개월 구속 기간 만료가 한 달 정도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태로, 접촉을 통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증인은 신문이 끝났다”고 밝힌 바 있다.
송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총 6천65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당 관계자에 살포하고 외곽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천300만원을 받은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기소됐다.
송 대표의 다음 재판은 내달 3일 열린다.
한편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은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캠프에서 부외자금을 받거나 살포한 사실을 직접 보고받는 등 민주당 돈봉투 의혹 전반을 알고 있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씨는 송 대표가 ‘훗날을 기약하자’는 회유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위증을 교사했다는 주장도 새롭게 내놓으면서 추가 수사 착수 가능성도 생겼다.
이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 대표의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송영길 캠프 조직본부장이었던 이씨는 2021년 3월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각각 1천100만원과 200만원을 자신에게 부외자금으로 전달했고, 이는 송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했다. 이 의원이 제공한 돈 중 1천만원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함께 지역본부장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나눠준 사실도 송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보고)는 모든 선거캠프의 불문율로, 기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으로 중간에 배달사고를 내거나 보고를 안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며 “저를 스쳐서 오는 돈에 대해서는 한 푼도 빠짐없이 보고했고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무소속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300만원씩 들어있는 돈봉투 20개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살포한 사실도 송 대표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28일 저녁 캠프 사무실에서 송 대표와 윤 의원이 만난 자리에 함께 있었다던 이씨는 소분된 돈봉투가 든 갈색 종이봉투가 테이블 위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당시 송 대표가 윤 의원에게 ‘반응이 어떠냐’라고 물은 점에 대해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의 반응을 묻는 의미였냐”고 질의하자 이씨는 “후보로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런 의도가 포함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당시 윤 의원이 갈색 봉투를 가리키며 ‘빨리 가야지 이것도 돌려야 하니까’라고 말했다며 “그게 무엇인지, 누구에게 돌릴 것인지 질문하지 않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과거 보좌관 돈 사고 트라우마가 있는 송 대표에게 의논도 없이 자의적으로 (윤 의원이 돈봉투를) 집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7억6천300만원을 받은 통로라고 지목한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에 대해 “당대표 당선 후 당직 인선과 관련한 데이터를 먹사연에서 종합했다”며 “그렇게 추린 명단이 300명이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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