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골프애호가대회 선수들, 나이키 바지·신발 착용
장갑은 선수들 애용하는 ‘타이틀리스트’
북한이 미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고 아무리 ‘반미’를 외쳐도 역시 골프용품은 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양골프장에서 지난 7∼9일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나이키 등 미국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바지, 신발을 착용한 선수들이 포착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지난 12일 방영한 경기 영상을 보면 퍼팅을 하는 한 남성의 바지 주머니 아래에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다른 선수의 신발에서도 나이키 로고가 식별됐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 평양골프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보도한 사진에서도 골프카트에서 내리는 한 남성의 티셔츠 가슴팍에 나이키 로고가 그려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한 남성이 왼손에 낀 골프장갑은 확연하게 프로선수들이 가장 선호한다고 알려진 타이틀리스트 제품이다.
스포츠 장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북한으로 이전을 금지한 사치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나이키가 이 제품들을 북한으로 수출했을 가능성은 작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들이 착용한 제품은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제조한 상품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2년 5월부터 4년 이상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등지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리복 브랜드 의류를 만들었고, 이들 의류는 모두 미국으로 수출됐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미국 브랜드 뉴발란스 점퍼는 북한에서 생산돼 중국 내수용으로 팔리기도 했다.
또한 북한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위층이다. 공무 등 이유로 해외로 드나드는 인사들이 구매한 나이키 제품이 고위층을 중심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 매체가 보도한 영상과 사진만 봐서는 이들이 착용한 옷과 신발이 실제로 나이키가 생산한 정품인지, 북한 혹은 제3국에서 만든 가품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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