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의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KC인증 의무화 방침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KC인증은 안전·환경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강제 인증으로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특정 품목의 경우 판매 목적이 아닌 개인의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입도 인증을 받기 위한 비용 문제로 제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 전 위원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 해외직구시 KC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6일 KC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 방침을 발표하자, 해외 상품 직구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해외직구는 이미 연간 6.7조를 넘을 정도로 국민들이 애용하고 있고, 저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며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한 전 위원장은 “개인의 해외직구시 KC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증 의무화 정책 발표는 해외 직구 장난감에 기준치 이상의 유해 물질이 발견되는 등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예상 밖의 국민적 반발이 이어지자 발표 4일만에 공개적으로 정책을 수정하며 후퇴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 이번 페이스북을 통한 공개적인 발언은 지난달 20일 첫 글을 올린지 1달만이다.
한 전 위원장의 공개적인 반발 이전에 당 내 차기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던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나경원 당선자도 “(정부 조치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차근히 준비해서 국민의 안전을 제고하면서 소비 선택의 자유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즉각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은 4·10 총선 참패 이후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을 여당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 내 형성된 탓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수직적 당정 관계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도 여당이 침묵했던 결과가 지난 총선의 참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또한 한 전 위원장의 공개 발언은 7월 혹은 8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출마하기 위한 몸풀기로 예측된다.
지난 11일 한 전 위원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을 방문해 사방이 트인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목격됐다. 이 때 그는 일부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책에 사인을 해주는 등 공개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될만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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