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중단 요구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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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한 빌라 세입자들은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통지를 지난해 2월부터 받았다.
이 빌라는 전체 14세대를 임대인 A씨가 보유하고 있었다. 건물은 사기 등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B(61)씨가 지었고, A씨는 이른바 ‘바지 임대인’이었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매 절차가 시작된 빌라 임차인에게 “여긴 몇 세대 안 되지만 200세대 가까이 되는 근처 다른 건물도 다 내가 주인”이라며 “만약 이자를 못 내서 파산하면 그 건물도 경매에 넘어가는데 그럼 9시 뉴스에 나올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자신을 건설업자로 소개한 그는 곧 수백억원이 들어간 100세대 규모 건물이 준공돼 분양을 앞두고 있고, 다른 건물 땅값도 많이 올라 보증금을 되돌려줄 여력이 충분하다고 장담했다.
A씨는 또 “해당 호수 대출이 9천만원에 보증금이 7천500만원이니 1억6천500만원 이하로 낙찰되는 최악의 경우에만 문제 되는 것 아니냐”며 “이자도 계속 갚고 있고 보증금 어떻게 할 만큼 가난하거나 나쁜 사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감언이설을 늘어놨다.
호언장담에 속은 임차인은 “믿고 버텨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가 살던 전셋집도 지난 2월 낙찰됐다.
바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낸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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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B씨가 짓고 A씨가 바지 임대인으로 있던 14세대짜리 빌라는 전체 세대가, 204세대짜리 아파트는 124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다. 이 중 20여세대는 지난 2∼3월 차례로 매각됐다.
A씨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진 지난해 9월 중순에야 임차인들에게 우편물을 보내 ‘건물 임의 경매 건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그가 보낸 우편에는 “모든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불가능해 건물 매매를 준비하고 자체 감정을 했다”며 “보증금과 대출 원금을 더해도 감정가를 넘지 않기 때문에 보증금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또 다른 약속이 담겼다.
A씨는 보증금 보전이 불가능할 경우 명도 완료 전까지 손해액을 모두 변제하겠다고도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B씨 범행에 가담한 일당으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집이 경매에서 매각된 피해 임차인들은 2천만원대에 불과한 최우선변제금 외에는 받지 못해 보증금 수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피해대책위는 대책위에 가입된 이들 빌라·아파트 세대의 전세 보증금 피해액만 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 수사 결과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 481채의 전세 보증금 38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B씨 일당은 모두 61명으로 드러났다.
B씨가 직접 운영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들은 그가 지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A씨 등 바지 임대인들 명의로 손님들과 계약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