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중산층 확대로 매출 성장 기대…중국 대체 생산기지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에 잇따라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거의 7년 만에 개장식에 직접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예방하는 등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CNBC방송 등은 18일(현시시간)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마치 15년 전 중국 진출 당시를 연상시킨다면서 인도가 최근 중산층 확대로 강력한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 형성되는 데다 중국을 대체해 애플 기기의 생산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쿡 CEO의 인도 방문이 중국 아이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부품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인도가 애플의 전략적 주목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의 경제가 성숙하면서 애플이 진출하기에 이상적인 상태라고 평가하고, 동시에 인도 정부도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애플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의 입장에서도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해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 점유율은 18%나 된다.
애플은 또 2022 회계연도에 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740억 달러(약 97조3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역시 애플 총매출의 18%에 달한다.
하지만 인도 현지 언론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의 인도 매출은 같은 기간 40∼60억 달러(약 7조9천억 원)에 그쳤다.
이처럼 아이폰 점유율이 낮은 것은 가격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지난 2월 조사를 보면 지난해 인도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이 224달러(약 29만5천원) 인 데 비해 애플의 보급형 휴대전화인 아이폰SE의 미국 판매가는 429달러(약 56만4천원)나 된다.
애플은 할부와 보상판매로 가격 격차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업체 CFRA의 앤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는 “현재 인도의 상황이 15, 20년 전 중국과 비슷하다”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애플이 인도에 진출해 상당히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거의 모든 아이폰이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빚어진 미중 무역 마찰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 생산기지 ‘탈중국’이 가속화하면서 인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월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애플이 인도에서 최신 아이폰14를 제조하고 있으며 전체 아이폰 물량의 25%까지 생산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기업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도 7억 달러(약 9천200억 원)를 투자해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아이폰 부품공장을 건설중이다.
인도 정부도 20년 전 중국 정부가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을 유치했던 당시와 마찬가지로 애플의 인도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첨단기업들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인도 진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2020년 말 아이폰 구형 모델을 조립하는 위스트론 공장에서 노동자 폭동이 발생하는 등 애플이 인도에 진출하는 과정에 여전히 넘어야 할 난제들이 있는 데다 2016년 쿡 CEO가 모디 총리를 만나 공장과 매장 설립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 실현되기까지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노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도 인도에 대해 우리가 듣고 있는 이야기는 모두 대단한 것들”이라며 “실제로 향후 10년간 엄청난 기회인 것은 맞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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