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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시대의 도덕, 숫자 뒤에 숨은 양심

【사설】 디지털 시대의 도덕, 숫자 뒤에 숨은 양심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거래소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 과정에서 비트코인(BTC) 총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거래와 계약, 금융 시스템은 모두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만약 사람들이 시스템의 틈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이익으로 바꾸려 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모두에게 돌아온다.
(사진제공=언스플래쉬)

디지털 시대의 재산은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폐와 동전, 지갑과 금고 대신 계좌와 전자지갑, 그리고 화면 속 숫자가 재산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 변화는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인간의 도덕 감각을 시험하는 새로운 상황도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재산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정직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이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거래소 직원의 실수로, 약60조원 규모의 환가를 가진 비트코인이 일부 이용자 계정으로 잘못 들어갔고, 이를 현금화하거나 외부로 옮긴 사례가 발생했다. 법적으로 어떤 처벌이 가능한지,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그 돈이 과연 내 것인가 하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예전에는 기준이 분명했다. 길에서 지갑을 주우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물건에는 흔적이 있었고, 주인의 존재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도덕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는 상식이 곧 행동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다르다. 그것은 만질 수도 없고, 때로는 누가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다. 계좌에 찍힌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처럼 보일 뿐이다. 그 데이터가 어떤 오류로 생긴 것이라면, 사람들은 더욱 쉽게 자신을 설득한다. “내가 훔친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그 문턱을 낮춘다.

『예기』 「중용」에는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스스로를 삼간다(君子愼其獨也)”는 구절이 나온다. 바로 신독(愼獨)이다. 남이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태도, 그것이 군자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감시가 없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단속하는 힘이야말로 도덕의 출발점이라는 가르침이다. 남이 보지 않아도, 규칙이 완벽하지 않아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기준을 지키는 태도다. 오래된 가르침이지만, 오히려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에 더 절실하게 들린다.

요즘 사람들은 먼저 법을 묻는다. 처벌을 받는지, 규정에 어긋나는지부터 따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옳고 그름을 생각한다. 법이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는 양심보다 계산이 앞서기 쉽다. 걸리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이 퍼지면, 사회는 조금씩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과 제도는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런 과도기에는 개인의 선택이 더 중요해진다. 법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취하는 행동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 사회는 법 조항보다 사람들의 믿음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거래와 계약, 금융 시스템은 모두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만약 사람들이 시스템의 틈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을 이익으로 바꾸려 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모두에게 돌아온다. 규제는 더 강해지고, 절차는 더 복잡해지며, 편리함은 줄어든다. 그 피해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누어 지게 된다.

과거에는 길에 떨어진 지갑이 양심을 시험했다. 이제는 화면 속 숫자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보이지 않는 재산 앞에서도 멈출 줄 아는 태도,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신독이다. 숫자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기술의 시대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일 것이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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