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정치권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학계 전반에서 졸속 추진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충분한 공론화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4일 회동을 갖고 통합 방향을 논의했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냉랭하다. 충청권 주민 6만4,500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대전세종부동산풍향계’가 자체 실시한 대전·충남 통합 찬반 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투표 마감을 이틀 앞둔 26일 오전 9시 기준 2,170명이 참여해 반대가 85.4%(1,853표)에 달했고, 찬성은 11.8%(257표), 기권은 2.8%(60표)에 그쳤다.
카페 회원들은 “대통령 발언 한마디로 긴급 추진되는 행정통합은 대전을 병들게 할 것”이라며 “통합이 이뤄지면 대전은 광역시 지위를 상실하고 충남에 흡수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전 소재 공공기관이 충남으로 분산돼 도시 경쟁력이 약화될 것” “대전시 해체와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일부 회원은 “통합을 전제로 한 의견 수렴이 아니라, 연구와 공론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전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지난 21일부터 ‘통합 반대’와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민원이 340여 건 접수됐다. 대전·충남 지역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정치권과 중앙정부 주도의 행정통합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행정체계 개편 논의 자체는 필요하지만, 통합을 미리 정해놓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천안·아산경실련도 “주권자인 주민의 뜻이 배제된 행정구역 통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행정통합 시 교육감 선출 방식, 감사 권한, 학교 운영 특례 등 교육자치 전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섭 대전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통합을 통해 무엇이 바뀌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청회와 토론회, 주민투표 등을 통해 지역 간 형평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도 “대통령 발언 이후 정치권의 태도가 급변했다”며 “행정통합이 정치 일정에 맞춰 소비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민주당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은 “정부 속도에 맞추다 보면 시민의 목소리가 배제될 수 있다”며 “명칭과 청사 위치까지 시민이 직접 결정하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통한 단계적 논의를 제안했다.
학계에서는 행정통합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곽현근 대전대 교수(행정학)는 “초광역 교통, 의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행정통합을 택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구조적 통합보다 기능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과 충남의 발전 과제는 성격이 다른데, 단순 통합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접근은 갈등 비용과 관료제 비대화를 간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주민투표 실시 여부와 공론화 절차가 통합 추진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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