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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자리는 곧 책임의 크기다. 특히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는 개인 정치인의 범주를 넘어 국회 운영과 입법 질서, 여야 협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공적 존재다. 그런 자리에 선 인물이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고, 야당과의 불필요한 소모적 공방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면 문제는 결코 개인의 해명만으로 정리될 수 없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그 성격과 범위에서 가볍지 않다. 쿠팡 관계자들과의 오찬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 전직 보좌진들과의 갈등이 폭로전과 맞고소로 비화한 진흙탕 싸움, 각종 특혜 의혹과 이를 둘러싼 공방까지 이어지며 국회는 민생보다 논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사실관계의 최종 판단은 수사와 사법 절차에 맡길 사안이다. 그러나 정치가 사법 판단만을 기다리며 멈춰 설 수는 없다.
문제의 본질은 “위법했는가” 이전에 “책임 있는 자리에 걸맞은 처신이었는가”에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야당은 공세의 명분을 얻고, 여당은 방어에 매달리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인물 논쟁의 무대로 전락했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의 소모적 반복을 지켜보고 있다.
이럴 때 정치 지도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면, 그 매듭을 짓는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다. 결자해지는 정치에서 가장 오래된 덕목이다. 거취 표명은 단순히 자리를 지키느냐 내려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혼란이 국회와 여야 관계, 나아가 민주주의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바로잡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 / 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 /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이 말은 『문선(文選)』 권27 〈악부고시(樂府古詩)〉에 수록된 ‘군자행(君子行)’에서 유래했다.
군자는 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의심받을 만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
의심을 살 행동 자체를 피하는 것이 군자의 도리이자 공직자의 기본 윤리임을 일깨우는 말이다.
권한이 크고 영향력이 막강한 자리에 있을수록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보다 “의심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공직자의 윤리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평가받아야 하며, 특히 국회의 한복판에 선 원내대표라면 그 기준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지켜보는 것은 공방의 승패가 아니다. 국민은 묻고 있다. 정치의 중심에 선 사람이 그 무게를 자각하고 있는지, 권한만큼의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모호한 해명이나 시간을 벌기 위한 침묵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김 원내대표에게 요구되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결단이며, 해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이야말로 ‘과전이하’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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