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티브 유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데, ‘봄 킴’은 왜 국내 기업의 얼굴인가 [사설] 스티브 유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데, ‘봄 킴’은 왜 국내 기업의 얼굴인가](https://telegraphkorea.com/wp-content/uploads/2025/12/image-52.png)
한 사회가 무엇을 용서하고 무엇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지는, 그 공동체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윤리선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티브 유, 한국명 유승준이 여전히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병역법 위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법의 빈틈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한 선택에 대해, 국민이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집단적 판단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미국식 이름 ‘봄 킴(Bom Kim)’이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영역에 있지만, 놀랍도록 닮은 궤적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회를 얻고, 한국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결정적인 책임의 순간에는 ‘외국인’이 되었다는 점에서다.
유승준은 병역 의무를 앞두고 국적을 바꾸었다. 법적으로는 가능했지만, 국민 정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문제는 법 조항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였다. 그 선택 이후, 그는 20년이 넘도록 한국 사회의 문턱 앞에서 멈춰 서 있다.
김범석 역시 법률의 언어로만 보면 상당 부분을 비켜 가고 있다. 쿠팡은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지배 구조는 미국에 있고, 창업자는 국회 청문회 출석 요구조차 ‘외국 거주’와 ‘해외 법인’이라는 이유로 회피했다. 노동, 공정거래, 개인정보, 조세 문제를 둘러싼 각종 논란 속에서도 책임의 최종 주체는 늘 흐릿하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한국 사회의 규범 안에 있는가, 아니면 필요할 때만 한국을 호출하는 글로벌 자본의 얼굴인가.
차이가 있다면 대우다. 유승준은 입국조차 허용되지 않는 반면, 김범석은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혁신 기업인’의 외피를 쓰고 있다. 한쪽은 추방에 가까운 사회적 단죄를 받았고, 다른 한쪽은 국내 기업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와 유예를 누리고 있다. 이 불균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국민 정서는 분명하다. 스티브 유를 아직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그가 개인적으로 밉기 때문이 아니다. 공동체의 기본 의무를 회피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같은 잣대는 왜 기업과 기업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가. 시장을 지배하고, 수많은 노동자와 소비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일수록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쿠팡을 둘러싼 각종 탈법·불법 논란은 이미 ‘개별 사건’의 수준을 넘어섰다. 노동 현장의 안전, 하청 구조의 책임 회피, 불공정 거래 의혹, 개인정보 관리 부실, 그리고 국회에 대한 무시까지. 이를 모두 합치면 ‘탈·불법의 종합 선물세트’라는 비판이 과하지 않다. 그럼에도 쿠팡은 국내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며 제도의 빈틈을 누빈다.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실질적 지배 구조와 책임의 소재가 해외에 있다면, 쿠팡은 국내 기업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외국 기업으로 분류하고, 그에 걸맞은 규제와 책임을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권리는 한국 기업처럼, 책임은 외국 기업처럼 취하는 이중 기준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스티브 유를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라면, 김범석과 쿠팡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신은 이 공동체의 일원인가, 아니면 필요할 때만 한국을 이용하는 외부자인가. 선택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그 원칙이 개인에게만 엄격하고 거대 기업에는 관대하다면, 법치와 공정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뿐이다.
탈법과 편법 위에 세운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쿠팡이 진정 한국 사회의 신뢰를 원한다면, 이제는 국적과 법인 구조가 아니라 책임과 태도로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외국 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정의에 가깝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아직 지키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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