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고함 외치며 상대 후보 연설 방해
몸싸움에 의자 투척 시도까지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충청권 합동연설회는 시한폭탄과 같은 당내 대결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날 연설회장은 한동훈 후보에 반감을 가진 당원들이 그의 연설 도중 외친 ‘배신자’ ‘꺼져라’ 라는 외침이 시작이었다. 주로 원희룡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당원들의 연설 방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맞섰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 후보 간에 과도한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며 ‘증오의 정치’를 키웠고 이에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됐다는 평이다.
한 후보는 세 번째 연설자로 단상에 섰다. 한 후보와 원 후보 지지자들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한 청중은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던지려다 제지당했다.
한 후보는 “저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지만, 다른 분 의견을 묵살하지 말고 다른 분을 폭행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나경원 후보는 지지자 간 몸싸움과 관련해 “한동훈 후보의 출마 자체에 엄청난 분열과 파탄의 원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 한 번은 참았어야 할 후보가 너무 큰 혼란을 몰고 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나 후보는 “‘어쩌면 지금의 모습은 예정됐던 필연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하다”며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한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불신과 갈등에 빠져있었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되는 순간 보수는 한 지붕 두 가족 따로 살림이 될 게 뻔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한동훈의 시간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일러도 한참 이르다. 조급했고, 욕심이었다. 한 후보에게는 성찰, 성숙, 기다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힘들어진 이유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 후보가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것이 바로 기본적 가치와 질서에 어긋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또 힘들어졌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와 원 후보는 장외에서도 공방을 이어나갔다.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제가 연설할 때, 일부 원 후보 지지자들이 저를 향해 ‘배신자’라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의자를 들어 던지기까지 했다”며 “지지자들뿐 아니라, 오늘 연설을 방해하신 그분들과도 함께 가고, 함께 이기겠다”고 했다.
그러자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타 후보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또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했다.
이날 폭력사태는 1971년 신민당 전당대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았다. 신민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에서 이철승계와 김영삼계가 각각 동원한 정치깡패들이 상대 진영의 대회장 진입을 막기 위해 각목을 휘두르며 패싸움을 벌였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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