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 이후 13배 급증
거리를 다니면 유독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택시만 많이 보이는 가운데, 택시 시장에서 전기차가 무시하지 못할만큼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수치로 입증되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채택한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시장에 출시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택시는 3만3400대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신규 등록된 전체 택시는 11만1583대로 전기차 택시의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이런 수치는 이전 3개년의 신규 택시 중 전기차의 비중을 고려할 때 놀라운 성장세다. 2018년~2020년 간 신규 택시 중 전기차의 비중은 2.3%로 조사 되었다.
현대차·기아가 새롭게 개발한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출시 후 전기차 택시 비중이 약 13배 급증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의 우수성이 택시 업계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E-GMP 전기차의 수준 높은 상품성과 내구성에 대한 긍정적 경험담이 업계에서 입소문을 타며 전기차 전환 붐을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전기차 택시로 가장 많이 등록된 차종은 1만4804대의 아이오닉 5이며, EV6(7353대)와 아이오닉 6(3913대)가 각각 2위, 4위로 E-GMP 기반의 세 차종이 해당 기간 등록된 전체 전기차 택시의 78%를 차지했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택시기사 4명 중 3명꼴로 E-GMP 기반 전용 전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기아 니로 플러스(4237대)와 니로 EV(2571대)가 각각 3위, 5위에 올랐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46대)이 6위로 뒤를 이어 내연기관 기반의 현대차·기아 전기차 또한 택시 업계로부터 다수 선택받으며 준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차량 안에서 보내는 택시기사들의 전기차 선택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에서 택시 영업용 트림을 운영하는 차종은 아이오닉 5와 니로 플러스뿐으로 EV6, 아이오닉 6 등의 택시는 일반 고객용 차량을 택시로 개조해 운행하는 것이다.
택시 업계에서 E-GMP 전기차를 주로 영업용으로 운용하는 것은 뛰어난 성능과 상품성 때문이다.
업계에서는E-GMP 전기차에 대해 ‘우수한 주행가능거리 및 전비,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주행 성능과 정숙성이 강점’, ‘낮은 연료비·유지비라는 전기차의 공통된 속성 외에도 E-GMP의 뛰어난 상품성이 택시 영업의 질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전기차가 택시로 이용되며 수 십만 킬로미터를 달린 차량도 나왔다.
2021년 9월 EV6를 출고한 택시기사 김병철(50) 씨는 2년 8개월간 약 31만km를 운행했다. 최근 배터리 진단 평가를 받은 결과 누적 주행거리 31만km를 넘긴 EV6의 배터리 수명은 97.3%를 기록해 여전히 신품과 같은 상태를 보여줬다.
김 씨는 “30만km 넘게 타도 주행가능거리를 비롯한 모든 성능이 새 차처럼 그대로”라며 “완속 위주의 충전 습관이 비결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차량인 만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여러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용해 차량 자체적으로도 관리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급속 충전 경험과 장거리 운행에 대한 의견도 밝히며 ‘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에 불리할 것’이라는 편견을 일축했다. 그는 “대구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등의 장거리 영업 중에는 급속 충전도 이용한다”며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기 대수가 크게 늘고 충전 출력도 높아져 장거리 운행 부담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2022년 4월 아이오닉 5를 출고해 약 20만km를 달려온 택시기사 임채민(68) 씨도 “E-GMP 전기차는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성이 강점”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아이오닉 5는 실제 운행 시 전비와 주행가능거리가 공식 인증 수치(429km, 2022년형 롱레인지 기준)보다 훨씬 높다”며 “연료비가 기존에 LPG 차량 운행할 때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저렴한 유지비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임 씨는 “전기차는 낮은 연료비뿐만 아니라 내연기관차에 비해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도 적어 유지비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정비소에 방문할 일이 거의 없어 시간도 아껴준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씨는 새것과 같은 상태의 브레이크 패드도 자랑했다. 그는 “브레이크 패드는 신차 출고 때 그대로”라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여러 단계의 회생제동 모드를 제공하고 회생제동의 가감속이 자연스러워 적극 활용한 덕분에 패드가 거의 닳지 않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터뷰에 응한 두 택시기사는 불과 2년여 간의 짧은 시간에도 20만·30만km를 운전할 수 있었던 비결이 “E-GMP 전기차”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기차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없기 때문에 실내가 정숙해 운전 피로감이 적은데 E-GMP 전기차는 주행 성능까지 뛰어나 오르막길 등판이나 추월 상황에서 겪을 만한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가 곧 사무실이자 생계 수단인 택시기사에게 긍정적인 전기차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누구보다 오랜 시간 전기차를 운행하는 택시기사의 긍정적인 경험이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해소하고 전동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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