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일정 변경에 與 퇴장…野 “다른 해병 죽음 막는 길” vs 與 “정치적 입법 폭주”
대통령실 “강행 처리에 유감, 죽음 이용한 나쁜 정치”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이 2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을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애초 본회의 안건에 없던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의 의사일정 변경으로 상정·표결되는 데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다만 김웅 의원만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경북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상병 사망 사고에 대한 해병대 수사를 정부가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를 규명하고자 특검을 도입하는 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특별법에 따라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해당 교섭단체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안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 특검은 90일(준비기간 포함)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돼 지난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법안이 상정됐다.
김 의장은 “법안이 부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상정되지 않으면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면서 “21대 국회가 5월 29일까지이므로 (부의된 후) 60일 이후 (안건 처리)를 기다릴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자 집단 퇴장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함으로써 협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입법 폭주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법 폭주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 채상병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장은 의사일정을 변경하더라도 양당에 숙의 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민주당과 짬짜미로 입법 폭주한 건 정말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앞으로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면서 “새 원내대표가 (9일) 선출되면 새 원내대표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의회 폭주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에서 “이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 일이 꼭 필요하고, 이것은 또 다른 해병의 죽음을 막는 길”이라며 “보다 집중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위해서는 이 사건을 전담하는 규모가 있고 매우 독립적인 별도의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내 협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시선, 국민의 원칙, 국민의 기준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에 따라 법안이 처리됐으며 신속히 처리했어야 하는데 많이 늦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민주당 단독으로 ‘채상병 특검법’이 의결되었다는 소식을 받고 “채상병특검법 강행 처리에 유감”이라며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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