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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가 난 이유는…’ 이수진 의원, 민주당에 강펀치

이 의원, 이 대표 측근 비리 폭로

작년 10월부터 민주당에 실망한 것으로 짐작

민주당, 동작을에 국힘 나경원과 경쟁할 마땅한 후보 없어 곤란

연일 소속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맹공을 가하고 있는 무소속 이수진(동작을) 의원의 포문이 이젠 친명 핵심 중 한 명인 민주당 김병기(동작갑) 의원을 향하고 있다.

이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 측근들 비리와 불공정에 대해서도 증거까지 전달하면서 충언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측근은 서울 동작갑 현역인 김병기 당 검증위원장 및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23일 CBS 유튜브 채널에 나와 ‘검증위원장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비리 의록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검증 과정에서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탈락한 분들이 저에게 ‘우리를 억울하게 컷오프시킨 분은 정작 이런 비리가 있다’며 진술서를 써왔다”며 “진술서 내용은 ‘검증위원장 측에 돈을 줬었다. 물론 6개월 후인가 (공천이 무산된 후) 돌려받았지만, 돈을 줬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이수진 의원, 민주당에 강펀치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 맺힌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걸 묻어둘 수 없어서 당 대표실로 넘겼다. 그런데 당 대표실에서 윤리감찰단을 거쳐서 (김병기 의원이 위원장인) 검증위로 다시 (진술서가) 갔다”고 주장했다. 또 “그래서 제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관위 간사를 맡은 김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제기해 자신이 공천 심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두 번 생각하고 쓰세요. 합의 안합니다”라고 썼다. 이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반박으로 추정된다.

이수진 의원은 가끔 일반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언행을 보여줬지만 특히 작년 11월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중 같은 당 소속인 김정호 위원장에게 따져 묻는 이례적인 장면으로 주목 받았다.

이 의원은 회의 중 김 위원장에게 특위 차원에서 해외 출장을 간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유럽 쪽에 재생에너지, 원전 정책에 대해 확인하러 한 번 간 적이 있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이 “도대체 왜 짬짜미로 누구누구만 가신 거냐, 너무 이상하지 않냐”고 되물은 것.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출장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작년 8월 민주당 김성환,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함께 6박8일 일정으로 영국, 독일,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이 의원은 “(해외 출장을 함께) 안 간 사람들한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며 특위 소속 다른 의원들을 향해 “(당신은) 갔다 왔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와 같은 돌발적인 행동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는 의문이었다.

1996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1기 수료 뒤 판사 임용,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장판사 등 절대 지적 능력을 의심할 수 없는 행적을 밟아온 이 의원이다.

더군다나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진 몰라도, 2020년 더불어민주당 13호 영입인사로 입당 후 서울 동작구 을에 전략공천되어 4선 중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한 그녀이다.

혹자는 ‘국회의원 멍멍 개나 음메 소나 다 한다’라고 말하지만 국회의원이란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군다나 아무리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지만 이 의원이 치열한 본선 과정을 나경원 전 의원과 붙겠다고 결심한 강단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 이 의원이 작년 11월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 반발한 것은 점점 자신을 대하는 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4·10 총선에 공천을 못받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 측근 비리를 언급하며 “지역구에 김어준의 민주당 힘빼기 여론조사발표를 필두로 현역 국회의원인 저를 뺀 여론조사가 계속 돌았다”며 “당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김어준 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기관인 ‘여론조사꽃’에서 작년 10월 13일 서울 동작을 선거구와 관련해 실시한 자체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과 강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김어준 씨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자비를 들여 동작을 선거구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이 의원에게 마뜩잖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현역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선거구에 상대 당 예상 후보와의 가상 대결을 붙이는 것은 결국 다음 공천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당시 조사 결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정당 지지도는 약 5%P 차이로 민주당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지지도 또한 부정 평가가 매우 높게 도출되었다.

하지만 김어준 씨의 회사는 이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의 가상 대결은 오히려 나 전 의원이 2.8%P 높게 나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의 입장에서 여론조사 결과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면 충분히 후보 교체를 고려해볼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당시 ‘여론조사꽃’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체 조사를 실시한 선거구를 보면 이 의원이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이해가 된다.

(발표일 기준) 10월 13일 동작을·성남시 중원구, 10월 27일 광진을·부천을, 11월 17일 남양주시 을·충남 논산시 계룡시, 11월 24일 광주 서구 갑.

특별한 일이 없음에도 기타 선거구 조사는 거의 실시하지 않고 위와 같은 선거구만 조사한 것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우연의 일치는 아닐 듯 하다.

조사 대상이 된 선거구의 현역의원은 각각 이수진·윤영찬, 고민정·설훈, 김한정·김종민, 송갑석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비명 혹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이며 이 가운데 공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수 공천을 받은 고민정 의원 뿐이다. 이미 나머지 의원들은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거나 못견디고 탈당을 하는 등 민주당에서 버려진 목숨이 되었다.

그러니 판사 출신임에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옹호했지만 돌아온 건 공천 배제 통보일 뿐이니 이 의원이 화가 안날 수 없다.

이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반발해 22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이 대표에게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청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백현동 판결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백현동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판결로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도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에게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돼 있다. 김 전 대표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은 이 대표에게 치명적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판결문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아무리 아니라고 그래도 법적으로는 시장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가 없다”며 “특히 옆(김인섭) 재판부가 그렇게 판단하면 (이재명 재판부도) 그대로 판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부인하는 건 곧 반성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계속 형을 올릴 것이고, 법정 최고형이 나올 경우 액수가 5억원 이상이라 특가법상 무기징역”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의 1심 판결문은 성남도개공 참여 배제 과정에 이 대표가 결재한 점 등을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이 대표의 모든 것을 처리했다고 알려진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직접적으로 김 대표와 공모했다는 것도 사실로 인정되었다.

결국 이 의원은 15년 이상의 판사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가 결국 백현동 게이트를 통해 추락할 것이라 판단하고 2선 후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청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백현동 판결문 때문이었다”면서 “이 대표를 누구보다 믿었지만, 판결에 따른 결과가 너무 보여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4월 총선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총선 지휘를 다른 사람한테 주고 물러나야한다고 봤다”며 “그래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고, 당 대표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충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의원은 공천 배제 통보를 받자마자 탈당을 하고 연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도 무척 곤혹스러워 보인다.

요즘 이 의원은 긴장이 풀린 듯한 그녀의 익숙한 모습과 달리 눈빛은 매섭고 어투 또한 강단 있다. 더군다나 조목 조목 민주당 관련 이슈를 선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국회의원 자리를 거저 얻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이 의원이 전략공천 받기 전 민주당 동작을 당협위원장이었던 강희용 전 (추미애)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인지도가 떨어지고, 추미애 전 장관을 공천하려니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큰 차이로 뒤지는 결과만 나오니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만 가득이다.

온통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민주당이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수진 의원을 불러와 후보로 내세우는게 그나마 동작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제일 큰 것은 아닐까 반문해본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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