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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천은 이재명으로 통한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만 낙제 평가표 받아들고 아연실색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 양상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히 며칠 사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낮은 점수의 현역의원 평가표를 받아든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위 10% 평가를 받은 의원에게는 경선 시 얻은 표에서 30%를 감산하고, 하위 20% 평가를 받으면 20%를 감산한다. 이는 사실상 치열한 지역구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에 해당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광주 서구갑 재선인 송갑석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어제 임혁백 공관위원장으로부터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위 10% 혹은 하위 20%를 받았다며 사실상 컷오프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실을 공개한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에 이어 4번째로 점수를 공개한 것이다.

‘모든 공천은 이재명으로 통한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만 낙제 평가표 받아들고 아연실색
더불어민주당 광주 서구 갑 현역 송갑석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의원은 “(자신은) 이재명 당대표 1급 포상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이라는 국회 의정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며 “3년 연속 수상은 단 2명뿐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에서는 하위 20%인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분개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은 과연 이 총선에서 승리할 의지가 있는가”라며 “친명이든 비명이든 친문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원칙 하나로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서구갑은 원외 친명 핵심인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대표가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객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강 대표가 그를 둘러싼 여러 구설수로 불출마를 택해 송 의원과 경쟁할 친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20일 자신이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성남 중원 현역인 윤영찬 의원은 “하위 10%라는 공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민주당의 밀실 공천, 사적 공천, 저격 공천은 승리를 헌납하는 것”이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 윤 의원은 “지도부가 ‘윤영찬에게는 쉽게 공천을 줄 수 없다’, ‘윤영찬을 물리칠 3번 타자를 물색 중이다’라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현근택이 사라지니 이수진을 보내고, 이수진으로 여의치 않으니 다른 후보를 또 꽂아서 기어이 윤영찬을 쓰러뜨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성남 중원 현역 윤영찬 의원의 20일 국회 기자회견 모습 (자료=윤영찬 의원실)

윤 의원은 다음날인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재명 대표님, 자기 가죽과 살을 베내야하기 때문에 혁신이 어렵고 고통스러운겁니다”라며 “칼자루 쥔 분이 이참에 정치적 비판세력과 잠재적 라이벌을 마구 베면서 ‘고통’ 운운 하시면 안되죠. 참으로 민망합니다”는 글을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미 19일 현역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은 자신이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며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북구 을 현역인 박용진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하위 10%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박 의원은 강북을에서 공천을 두고 친명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과 경쟁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저는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정치, 패거리정치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며 “그래서 오늘의 이 모욕적인 일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박 의원은 “어떤 부당함과 불의에도 굽히지 않겠다”며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북구 을 현역 박용진 의원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내 컷오프 위기에 몰린 비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재명 대표 또한 20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정당”이라며 “사감이나 친소관계가 작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대표는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며 “모두가 영원히 함께 가면 좋겠지만,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하위 평가자들의 당연한 불만을 내부 분열로 왜곡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리라”고 했다.

당 내 원로들도 이 대표의 브레이크 고장난 공천을 두고 21일 입장문을 냈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공동입장문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당원과 지지자,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공정한 공천 관리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의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공천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반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왜 모든 함수를 통해 이재명이 원하는 결과만 나오느냐”며 “박용진이 하위 10%에 들어가고, 김영주가 하위 20%에 들어간다면 이재명은 하위 1%에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공천 상황을 반영한 듯 명절 이후 각종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국민의힘은 상승세, 민주당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초 4·10총선을 전망할 때 민주당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여론조사 결과만 두고 보면 현재 추세는 어느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백중세를 나타낸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하고 동시에 당을 자기 사람으로 채운다는 두 마리 토끼를 두고 이재명 대표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나치게 큰 승리를 거두어 ‘승자의 저주’까지 극복하려니 이 대표조차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당내 갈등 양상은 압력밸브 없는 증기솥처럼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제 4·10 총선까진 불과 49일밖에 남지 않았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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