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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논란, 순진함일까? 기획일까?

자기 이슈를 스스로 확대하는 어설픈 비대위

사과만하면 해결된다는 순진한 정치초년생

한동훈 힘 실어주기 위한 기획이다 주장도

일명 ‘김건희 명품백’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를 둔 대응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까지 보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식과 함께 한 위원장이 즉각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한 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일 예정되어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참석이 취소된 것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의 골이 깊음을 보여주는 일로 해석되었다. 언뜻 보기에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둘러싼 이슈로 당장이라도 친윤당(親尹黨)·반윤당(反尹黨)으로 쪼개질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돌아가고 있다.

김건희 명품백 논란, 순진함일까? 기획일까?
인재영입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이슈는 2022년 몰래 촬영한 화면을 작년 11월 서울의소리라는 좌파 성향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며 점화되었다. 실상 사건이 있음을 정치 고관여층에서만 알고 있었을 뿐 일반 대중이 깊게 관심을 기울인 사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설령 알고 있었다해도 일반 대중이 김건희 여사에게 육영수 여사와 같은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진 않다. 원래 화려하고 서슴없고 당당하게 앞에 나서는 스타일 아니셨던가.

각종 언론에서 ‘김건희 리스크’라며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열심히 군불을 피워왔지만 실제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국민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8일 자 칼럼을 통해 “김 여사는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할 정도로 강하게 비판하는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이슈에 휘발유를 부은 것은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라디오 인터뷰였다. 이미 그는 한동훈 위원장이 17일 있었던 2024년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그의 손을 번쩍 들어줌으로써 한 위원장의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임을 널리 알렸다. 그가 서울 마포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싸울 자객으로 결심할 때까지 한 위원장이 삼고초려하며 설득했다는 후문까지 이어지며 그런 이미지는 더욱 부각되었다.

그런 그가 당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를 두고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 것 같냐.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건물을 털 때마다 드러나니 감성이 폭발한 것”이라고 발언한 순간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은 정치공작 냄새를 털어내고 가장 재미 있다는 집안 싸움이 되어 버렸다. 여기에 더해 19일 출연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만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는 발언으로 모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한동훈 위원장과 김경율 비대위원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일명 친윤계 의원 그룹, 일견 양 진영 간의 싸움으로 비추어지는 모습에 야당도 신이 났다. 이슈를 띄우려는 노력에도 생각만큼 띄워지지 않았는데 여당 스스로 이슈를 크게 만드니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할 것도 같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그냥 사과하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처럼 구는 것은 도둑질한 도둑이 사과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과 뭐가 다른가?”라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더해 몰래 촬영을 직접 수행한 최재영 목사는 민주당과 민생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김건희 특별법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그냥 전화·메모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사권자 위치에서 고위직 인사를 주무르는 그런 모습을 제가 지근거리에서 보고 경악해 다음 접견할 기회가 있으면 증거 채집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해서 몰래카메라를 작동해 2차 접견 때 촬영해 공개한 것”이라고 말하며 김건희 여사 관련 제2, 제3의 이슈를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예고처럼 들리는 발언을 했다.

실제 김경율 비대위원의 발언이 어떤 연유로 나온 것인지 아직까진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잘못을 털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도출된 발언이라면 순진해도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도덕 교과서와는 달리 총선은 가장 착한 사람 뽑기 대회가 아니다. 콜로세움 안에 몽땅 들어가 칼과 창을 휘두르며 300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생과 사의 이벤트이다. 아쉽지만 정치란 종교가 아니다. 성경, 불경, 도덕경도 매뉴얼로 참고되어야 겠지만 그걸 백 퍼센트 받아 들이면 질 수밖에 없는 전장(戰場)이다. 진짜로 실력 있는 정치인이라면 모사꾼이란 소리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더 큰 이슈를 만들어 우리 이슈를 묻어 버리든지 관심 밖으로 돌리게 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요·순(堯·舜) 시대 땐 어떠했는지 몰라도 역사 이래 순진한 정치가 승리를 했다거나 국민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설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사과를 요구했을까 믿기지 않는지 갈등 기획설까지 등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2일 오전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실장을 보냈다는 의미는 약속 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며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이 기획된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관섭 실장을 보내서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를 만들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한 위원장을 부상시켜 선거를 승리로 이끌게 하려는 기획이란 주장이다.

실제 순진함인지 기획인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차라리 이준석 대표의 말처럼 치밀하게 계획된 기획을 연출할 정도로 한 위원장이 고단수라면 80여 일 남은 총선을 임하는 국민의힘에 아무런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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