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국회 재의시 부결 가능성…민주 “강력 규탄, 부결되면 국민과 함께 투쟁” 與 “文 정부도 반대했다” 거부권 정당성 부각…6일 당정협의 農心 달래기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안채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4월 임시국회 초입부터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하며 재의결 추진 방침을 밝혔고, 무산시 국민과 함께 하는 대정부 투쟁 방침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이른바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5월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양곡법 개정안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민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농해수위 위원들, 전국농어민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정상화법’을 거부하여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 정권은 끝났다”며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차례”라고 적었다.
당장 민주당은 재의결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이 행사한 법안은 본회의에서 재표결하도록 돼 있다”며 “정부로부터 재의요구된 법안이 (국회에) 이송되면 그 절차에 따라 재표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표결에서도 법안이 부결된다면 우리는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며 정부의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의석 구조상 여당인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에 나서면 민주당이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끌어모아도 자력 가결은 어렵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일각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체할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대안 성격의 쌀 산업보장법(가칭)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은 재의결에 나선 뒤 부결되더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손해 볼게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 정당성을 부각하며 대야 여론전을 강화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목적과 절차에서 모두 실패한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곡관리법이 그렇게 좋은 개정안이라면 민주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고도 왜 문재인 정권 때 통과시키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당 홈페이지에 ‘文(문)정부도 반대한 양곡관리법’이란 제목의 홍보물도 게시했다.
여기엔 2022년 2월과 4월 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가 양곡관리법에 일관된 반대 입장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체 입법’을 시도할 경우 추가 거부권 행사 건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입법) 절차와 법안 내용을 봐서 국민에게 주는 부담과 폐단이 많다면 계속해서 그런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6일 당정협의를 통해 쌀값 안정과 관련한 후속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행여 돌아설지 모를 ‘농촌 민심’ 달래기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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