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정부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은 투자 결정 과정에 강요나 협박이 있었다면 중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30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통해 발표된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전력과 용수 확보 대책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되는 사업은 해당 지역은 물론 국가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 답하지 않는다면 야당은 국정조사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발표된 투자 규모가 자료마다 800조 원에서 4천700조 원까지 차이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혼선 자체가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기업 출연 강요가 형사처벌 대상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업 의사와 무관한 압박이 있었다면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부대표는 “대통령이 ‘행정지도’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투자 결정 과정과 타당성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금이라도 외압이 확인된다면 국정조사를 비롯한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웅 원내부대표도 “정부가 투자 지역과 산업 배치를 먼저 결정하고 기업은 이를 따르는 방식이라면 이는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권력이 시장을 대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호남권 입지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용수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호남은 최근에도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 26명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입지 선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반도체는 표심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기반 시설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원전과 제조 생태계를 갖춘 부산·울산·경남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와 입지 선정 기준, 예산 지원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호남 반도체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행사에서 최 회장은 ‘전기가 풍부한 곳에 기업이 가는 것은 맞지만 반도체 공장이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취지로 답했다”며 “그 이후 짧은 기간 만에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된 배경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지가 사실상 먼저 정해진 뒤 기업들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결정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의 발표 당시 모습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며 “이번 투자 결정은 상법상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