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 최장기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
김정욱 선교사, 49세에 강제구금돼 생사 불명
오는 20일은 우리 국민 김정욱(60) 선교사가 북한에서 붙잡혀 억류된 지 4천일이 되는 날이다.
김정욱 선교사는 북한에 강제 구금된 우리 국민 중 최장기 억류자다. 함께 억류된 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6명의 한국인 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북한에 갇혀 있다.
김정욱 선교사는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구호 활동과 선교를 하다가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체포됐으며, 이듬해 5월 30일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등 여러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욱 선교사가 억류된 이후 그의 소식은 가족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가 살아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당국은 김씨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와 다른 억류자들의 생사나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영사 접근권도 거부해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김정욱 선교사는 49세에 구금돼 자유를 빼앗긴 채 4000일 이상을 북한에서 보냈다. 억류 중에 환갑을 맞았다. 그의 가족들은 오랜 세월 동생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형인 김정삼씨는 지난 18일 통화에서 “명절 때면 특히 동생 생각이 많이 난다”며 “동생이 오랜 시간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의 송환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은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송환 기대를 키우며 북한을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북한은 그러나 남북관계의 훈풍이 부는 동안에도 억류자들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생사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가족의 애타는 호소를 철저히 외면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국정과제로 삼고 억류자 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공론화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정상외교와 유엔의 인권 논의 등 계기 때마다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오는 11월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앞두고 억류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윤성덕 주(駐)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가 지난 17일 유엔 제네바사무소에 열린 ‘임의구금(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과 상호대화’에서 “김국기·최춘길 씨 등 두 선교사가 강제 억류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고, 이달 20일은 또 다른 선교사 김정욱씨가 강제 억류된 지 4천일이 되는 날”이라며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을 북한이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언했다.
미국 대표도 이 자리에서 김씨의 억류 4천일을 언급하며 억류자 석방을 촉구했다.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북한이탈주민 3명은 2016년에 각각 억류됐다. 이들 역시 소재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인과 캐나다인 등 다른 국적 억류자는 모두 풀려났다.
김정삼씨는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될 텐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며 더는 이 사안을 안고 갈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김정욱씨 등 억류된 한국인 석방을 북한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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