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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한국 원전, 유럽 문턱 넘었다…24조 규모 체코 2기 수주 성공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높은 유럽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기술이 체코 진출에 성공했다. 최대 24조원의 사업비로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No.1 한국 원전, 유럽 문턱 넘었다…24조 규모 체코 2기 수주 성공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사진제공=대우건설)

이번 체코 수출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이다.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체코 정부의 건설 계획 발표와 함께 한 팀으로 움직여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철두철미한 납기 준수를 마음껏 보여준 것이 체코 정부의 결정을 이끌었다.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가 처음부터 한국에 유리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막무가내 탈원전 추진으로 국내에서도 사장되는 분위기 속에 제대로 된 홍보를 할 수 없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18년 아르헨티나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 ‘원전 수주를 위한 것’이라며 체코를 1박2일 방문했지만 정작 원전을 악마화하던 한국이 다른 나라엔 원전을 건설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원전 건설을 미래 먹거리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실타래처럼 얽힌 원전 수출 걸림돌이 제거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먼저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시키는데 전력을 다했고 수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밀어 붙이는 등 원전 업계에 순풍을 불어 넣으려 노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체코 정부가 한국을 원전 파트너로 선택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 능력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설득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야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원전 수주팀을 이끈 한수원은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과 공사 기한 준수가 우리 원전의 강점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EDF는 가격경쟁력과 납기에서 우리보다 뒤처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유럽 원자력동맹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을 돌파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프랑스는 유럽 원전사업 대부분을 도맡아 수주하며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22년 준공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1기와 2018년 착공한 영국 원전 2기 등은 모두 EDF 차지였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다. 기존 두코바니 원전에 2기를 짓기로 결정했고 테멜린 원전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프로젝트까지 대한민국이 수주하게 된다면 체코 원전 수출은 최대 48조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체코 정부의 원전 신규 건설은 체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라고 알려져 있다.

피알라 체코 총리는 “미래 세대에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고 수용 가능한 가격에 충분한 전력을 원한다”며 이번 사업의 필요성을 전했다.

체코는 2022년 기준 전력 생산의 48%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고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해왔다. 체코 정부는 이번에 새로 짓는 원전을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해 2022년 기준 37%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앞으로 원전 비중이 약 5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알라 총리도 “앞으로 더욱 강력한 원자력 발전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유럽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원전 건설에 뛰어든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직접 보며 에너지 안보를 국가 핵심 과제로 올렸기 때문이다.

냉전의 갈등 속에서도 소련의 천연가스는 유럽의 산업과 가정을 지켜주었던 주요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 따라 러시아는 가스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고 러시아 천연가스만 믿고 있었던 유럽은 추운 겨울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국 내에서만 56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프랑스는 유럽 내 대부분의 원전을 건설한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EDF의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은 한국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프랑스가 핀란드에 지은 올킬루오토 3호기 원전은 계획보다 13년이나 늦게 전력 생산 가동을 했고 지난 2007년부터 짓기 시작한 프랑스 플라망빌 원전은 17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완공하지 못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한수원에 또 사업권을 내주게 된 EDF는 “우선협상 절차가 수정 또는 재조정될 경우 체코 정부와 논의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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