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메인
  • 시청역 역주행 참사…”부부싸움 없었고 급발진 뒷받침할 스키드마크도 없었다”

시청역 역주행 참사…”부부싸움 없었고 급발진 뒷받침할 스키드마크도 없었다”

블랙박스에 부부싸움 흔적은 발견 못해

동승자 아내는 참고인 조사서 급발진 주장

경찰 ‘스키드마크 있다→없다’ 1시간만 정정…혼란 야기 비판에 사과

지난 1일 밤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질주 참사와 관련해 경찰은 운전자 차모(68)씨의 부주의를 사고의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씨가 주장하는 급발진의 단서 중 하나인 가해 차량의 스키드마크(Skid mark)를 발견하지 못했다.

시청역 역주행 참사…”부부싸움 없었고 급발진 뒷받침할 스키드마크도 없었다”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키드마크는 급가속 및 급정지 시도를 할 경우 도로 표면의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위에 흔적을 남기는 현상으로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일 스키드마크가 발견된 게 없다고 밝히면서 “스키드마크 유무가 급발진 단서가 되는 것은 맞지만 어떤 방향성을 갖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기록장치(EDR),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실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차씨의 제네시스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가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고 속도가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 출구에 설치된 고무턱 (사진=연합뉴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은 주차 차단기를 통과해 완만한 경사로의 오르막길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간 뒤 출차 직전 고무로 된 차단턱을 밟고 지나가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 차단턱에서부터 가속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역주행 전 구간에서 스키드마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모(68)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지막 정차 지점에서는 브레이크가 작동해 차량이 스스로 멈춘 것을 고려하면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었을 확률은 낮은 만큼, 차씨가 정차하기 전 역주행으로 돌진하던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급발진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사고 차량은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기 직전 속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차량이 호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나와 약간의 턱이 있는 출입구 쪽에서부터 가속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은 주차 차단기를 통과해 완만한 경사로의 오르막길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간 뒤 출차 직전 고무로 된 차단턱을 밟고 지나가는 구조로 돼 있는데, 이 차단턱에서부터 가속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차씨 부부가 호텔을 나오면서 크게 싸웠다는 루머에 대해선 부인했다. 가해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싸움을 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블랙박스에는 “어어어” 등 소리와 비명이 담겨 있으나 차량에 이상이 생겼는지 여부를 짐작할 만한 대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주요 참고인 조사를 시작하고 물증을 확보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과 피해 차량인 BMW, 쏘나타의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G80의 액셀과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EDR 자료도 정밀 분석을 위해 국과수에 보냈다. 경찰은 EDR 기록을 확보해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차씨가 사고 직전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1차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3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지난 1일 저녁 발생한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사고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아내 A씨를 전날 경찰서로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첫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A씨가 ‘브레이크,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는 취지의 1차 진술을 했다”며 차씨 부부는 계속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에선 경찰이 “마지막 사고 지점과 정차 지점에서 스키드마크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1시간 뒤 “스키드마크가 아니라 기름 자국이었다. 착오였다”며 뒤늦게 정정하기도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찰 채증 과정에서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서 생긴 단순한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급발진 여부를 가릴 핵심 단서를 신중하게 확인하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발표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한 심각한 사건을 안이하게 대처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기름 자국임을 추후에 확인했음에도 최초 스키드 마크였다는 잔념(殘念)이 있는 상태에서 긴장해서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변명했다.

jinsnow@gmail.com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