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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시대, 고전에서 희망”…’고도를 기다리며’ 79회 연속 매진

오경택 연출가 “‘행복한 고통’ 맘껏 즐겨”

“아픔의 시대, 고전에서 희망”…’고도를 기다리며’ 79회 연속 매진
지난해 11월 ‘고도를 기다리며’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경택 연출가 (사진=연합뉴스)

1969년 국내서 초연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55년이 지난 올해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제작사 파크컴퍼니에 따르면 ‘고도를 기다리며’는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이달 11일 예정된 부산 영화의전당 공연까지 총 79회 연속 전석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부조리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일 세상을 떠난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의 연출로 1969년 첫 공연된 뒤 50년간 극단 산울림에서만 1천500회가량 무대에 오른 고전이다.

삶의 부조리를 그린 이 오래된 작품에 현대인들이 여전히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경택 연출은 6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아픈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고 믿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픔의 상실을 겪는 현대인에게 공감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오 연출은 “시대가 병들었을 때 예술은 본연의 기능을 한다고 믿고 있다”며 “여전히 부조리한 세상 속에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이 지닌 ‘고전의 힘’도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요인으로 꼽았다.

오 연출은 “위대한 고전은 시간과 공간과 문화를 뛰어넘어 영원히 인간의 영혼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있다”며 “소중한 예술적 자산을 남겨주신 사뮈엘 베케트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공연이 끝난 뒤 관객에게 무대 인사를 하는 배우 김학철(왼쪽부터), 박정자, 신구, 박근형, 김리안 (사진=연합뉴스)

최고령 고고 신구와 최고령 디디 박근형 두 배우의 환상적인 호흡과 연륜도 흥행의 원동력이다.

오 연출은 “두 배우가 살아온 인생의 무게와 깊이가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지는 걸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며 “전 세계 최고령 고고와 디디로서 두 배우가 보여준 용기와 열정과 헌신은 참으로 경이롭다”고 말했다.

새로운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 연출에게 여전히 ‘행복한 고통’이다.

국내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의 무게와 한층 더 진일보한 작품을 원하는 관객의 기대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매일 그 고통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산울림의 전설적인 프러덕션이 있었기에 부담이 컸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만의 ‘고도’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고, 자유롭게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행복한 고통’을 맘껏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5일 서울 공연을 마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10일∼11일 부산 영화의전당을 시작으로 지역 투어공연을 시작한다.

31일∼6월 1일 부천시민회관, 6월 7일∼8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6월 14일∼15일 인천 남동소래아트홀, 6월 21일∼22일 대구학생문화센터, 7월 5일∼6일 이천아트홀, 7월 12∼13일 익산예술의전당, 7월 19일∼20일 김포아트홀, 7월 27일∼28일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사진 (사진제공=파크컴퍼니)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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