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틱톡금지·中 스레드 앱 삭제…이유는 ‘국가안보’
화웨이 수출통제·中 외국장비 교체지시 등 상호견제
미국 하원에서 중국계 숏폼(짧은 동영상) 앱 틱톡 강제매각 법안을 처리, 상원 표결을 앞둔 가운데 이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인터넷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로 명명된 이 법안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하원 문턱을 넘었다. 이 법안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기업 바이트댄스가 최대 360일 이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이 미국 등 서방 메시징 앱과 플랫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이미 진행 중인 미·중 간 인터넷 분열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캐피털 파트너이자 중국 공산당과도 협업하는 앤드루 킹은 21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분열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정가에서는 틱톡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며 국가 안보를 강제 매각의 이유로 내세운다.
중국이 틱톡을 이용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 선전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앱은 중국에선 이미 금지돼있다며, 미국에서도 중국 앱을 금지하는 게 ‘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앱을 제재하고 있다.
최근 애플은 중국 앱스토어에서 국가 안보를 우려한 중국의 요청에 따라 메타 플랫폼의 왓츠앱과 스레드 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메시징 플랫폼인 텔레그램, 시그널, 라인도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는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더욱 밀어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예일대 로스쿨의 방문연구원 단 왕은 “방향은 분명하다”며 “(중국이)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틱톡 금지 조치를 강행한다면 중국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라면서도 중국이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10여년 전부터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유튜브 등 서방의 주류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했다.
미국에서 틱톡의 이용이 금지된다면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미국 SNS 앱이 사실상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방 앱이 가라진 중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위챗이 가장 인기 있는 SNS 플랫폼이 됐다.
미 하원 문턱을 넘긴 틱톡 강제매각 법안은 이번 주 중 상원 표결을 거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서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법안이 수월하게 처리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틱톡이나 틱톡에 콘텐츠를 올려 경제적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정치권에도 부담이다. 틱톡 금지에 앞장섰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틱톡을 기반으로 온라인 선거 운동에 나서 논란이 일었다. 재임 시절 행정명령으로 틱톡을 금지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금지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틱톡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은 이미 기술 의존도와 영향력을 두고 상호 견제하며 긴장을 조성해왔다.
미국은 2019년 당시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였던 화웨이를 겨냥, 5세대 이동통신(5G)용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퀄컴에서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쇠락의 길을 걷다 지난해부터 기사회생했다.
반면 올해 초 중국은 자국 3대 국영 이동통신사에 2027년까지 외국산 CPU(중앙처리장치)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글로벌 서버용 CPU 공급을 사실상 독점해온 인텔과 AMD에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한 데 맞서 중국도 주요 인프라에 대한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틱톡과 바이트댄스의 법무 자문위원인 에릭 핸더슨은 회사를 떠날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부 메모에서 “지난 몇 년간의 스트레스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대의 도전에 대해 몇 달 전부터 성찰하기 시작하면서 배턴을 새로운 지도자에게 넘겨줄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