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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인천 계양을 선거구 조정’…이재명 대표만 유리해졌다

선거구 내 민주당 가장 강했던 곳 계양을로 편입

지난 재보궐선거 경합지역은 계양갑으로

연일 당 내외의 분란으로 곤경에 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그나마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여야는 4·10총선을 41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여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라는 공직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서로 유불리를 따지며 선거 한달을 조금 더 남은 시기까지 끌고 간 것이다.

‘석연찮은 인천 계양을 선거구 조정’…이재명 대표만 유리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이재명 대표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을에 단수 공천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소한 이 대표는 이번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크게 만족할 것 같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국회 입성을 위해 출마한 곳이 이번 선거구 재조정에 포함되었고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지역구 경계가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간다는 이유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구 을 선거구 재보궐선거를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감행해 승리한 바 있었다.

이번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역구인 계양을은 기존 계양구 갑 선거구에 속했던 작전서운동(洞)이 편입되었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보냈다.

인천 계양구 2개의 선거구를 포함한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료=텔레그래프코리아.무단전재금지)

작전서운동은 민주당이 지난 16대부터 21대 총선까지 5번 연속 계양갑에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며 특히 민주당에 높은 지지를 보낸 동네이다.

이곳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후보에게 44.93%의 지지를 보내 효성동, 작전동 등 선거구에 포함된 행정동 중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에 62.11%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투표함으로써 유동수 의원이 재선의 고지를 밟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작전서운동이 이번 선거구 조정을 통해 계양을에 편입되었으니 이 대표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반면 계양을에 속했던 계산1동과 계산3동은 이 대표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동네이다.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이 대표는 계산1동에서 50.79%의 지지를 얻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얻은 49.21%와 비교해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또한 계산3동은 이 대표에게 53.35%, 윤 후보에게 46.65%의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동네에 비해 이 대표에 대한 호감이 덜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러니 민주당에 큰 표 차이로 지지를 꾸준히 나타낸 작전서운동을 얻고,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계산1동과 계산3동을 빼는게 이 대표가 당선되기에 유리하다.

현재 계양을에는 국민의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출사표를 던지고 이 대표와의 빅매치를 진행중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인천 계산우체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둘 모두 차기 대선에 후보군으로 거명될만큼 거물로 평가 받기에 이번 계양을 선거는 ‘명룡대첩’이라 불릴 정도이다.

선거구 조정 전 기준으로 실시되었지만 경인일보에서 3월 1~2일 실시된 인천 계양을 가상대결에 따르면 이 대표가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진보당 고혜경 후보와 자유통일당 유동규 후보와의 4자 가상 대결에서, 이 대표는 45.2%, 원 후보는 41.6%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실시된 정당 지지도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1.4%, 37.7%의 결과를 나타내 정당 지지도에 비하면 원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는 계양구의 선거구 조정 전에 실시된 결과이며 변경된 선거구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유독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재편된 선거구역 조정을 두고 원희룡 후보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원 후보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룡대전 전 텃밭 고르기 했나…李에 유리한 지역, 계양을로 조정’이란 제목의 한 언론사 기사의 캡쳐 사진을 올린 후 “유권자도 ‘비명(非明)횡사’ 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번 계양구의 선거구 조정은 계양갑 선거구의 인구 하한 기준을 맞추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시되었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본래 공직선거법 상 선거구의 인구 하한 기준인 13만5521명을 급작스럽게 작년 12월 초 136,600명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본래 기준 안에 들어 갔던 계양갑 선거구는 기준에서 몇 백명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양을과의 구역 조정 대상이 되어 버렸다.

22대 총선 선거구의 인구 기준일인 2023년 1월말 기준으로 계양갑은 13만5710명, 계양을은 15만2500명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게양갑 인구는 13만9000여 명, 계양을 인구는 14만9000여 명으로 변경되었다.

결과적으로 인구 하한 기준이 변경된 것도 의아하지만 겨우 수백 명을 조정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 대표에게만 유리한 조정이 이루어진 것은 더욱 의심쩍다.

‘게리맨더링’이란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유리하게 하도록 선거구를 지리적인 구역과 다르게 기형적인 모양으로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1812년 당시 한 미국 언론사가 게리맨더링을 비꼬며 신문에 게재한 만평 (자료=위키피디아)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는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전설상의 괴물 ‘샐러맨더’와 비슷하여 이를 ‘게리’라는 이름과 합쳐 ‘게리맨더링’이란 용어가 탄생했다.

이번 인천광역시 계양구 갑·을 선거구의 영역이 조정되는 과정을 보며, 국민들이 ‘게리맨더링’이라는 단어만 떠올린다면, 절차와 조건이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해야 하는 선거의 공정성이 의심 받게 되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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