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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청구서에도 통 크게’ 민주당 위성정당의 색깔은?

민주당 위성정당 ‘(가칭)민주개혁진보연합’ 출범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와 4자 공조 체제

진보당·새진보연합·시민회의 각 3·3·4석 안배

공조 세력의 정체성, 의심의 눈초리도

국보법 위반, 종북 행적 전력 인사들 다수 합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준연동형 비례제를 선택한 후 온갖 재야단체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자기 손으로 직접 비례의원을 선정하기 편한 병립형을 간절히 바랐다는 것은 의심할 바 아니다.

물론 당장 재야단체들의 결집된 한 표가 아쉬웠던 지난 2022년 대선 시기, 이 대표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시키겠다”, “다당제를 위한 선거개혁, 비례대표제 강화는 평생의 꿈”이라고 목소리 높여 외쳤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 당내 계파 갈등으로 자신을 결사옹위할 의원이 한 명이라도 많아야 할 상황이 오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슬그머니 병립형 회귀로의 군불을 지피더니 반발이 심해지자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꺼내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제를 두고는 민주당과 함께 인듯 아닌 듯하던 재야단체의 저력이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들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무려 80여명이나 준연동형 비례제를 이 대표에게 촉구했고, 이들 단체들도 기자회견, 연석회의, 집회 등을 통해 세를 과시하며 결국 이 대표의 백기투항을 1달만에 이끌어 냈다.

이후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추진단장으로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 그리고 연합정치시민회의 4자가 지난 21일 국회에 모여 가칭 ‘민주개혁진보연합’이란 위성정당을 함께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바가지 청구서에도 통 크게’ 민주당 위성정당의 색깔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합의 서명식에서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가운데), 윤희숙 진보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일부 지역구까지 통 크게 양보할 것 같다.

공식적으로야 진보당과 새진보연합이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는 지역구에선 민주당 후보와 여론 조사 방식의 경선을 거쳐 단일화한다지만 이미 울산 북구는 진보당으로 단일화하기로 합의 했고, 이미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민주당의 무공천으로 지역구를 차지한 전주시 을 등 몇몇 지역도 그들에게 주어질 것 같다고 전해진다.

진보당을 말하며 흔히 위헌 정당으로 판명되어 헌번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통진당)의 후신이라고 한다.

매우 복잡하긴 하지만 대략적인 계보를 알아야 왜 진보당이 통진당을 계승했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통합 진보당이 해산되며 세력이 지리멸렬해지는 줄 알았지만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당시 민주당 당대표인 문재인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울산 북구와 동구를 각각 통진당 내 울산연합 계파 출신 윤종오·김종훈 무소속 후보에게 넘겨줌으로써 통진당 세력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었다. 그 당시 무슨 협박을 받았는지 군소리 않고 물러난 사람이, 지금 다시 진보당과 연대한다는 명분에 쫒겨나 28일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헌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현 무소속) 이상헌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당 윤종오 후보에게 경선을 통한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국회에 2명이나 입성시킨 울산연합이 주축이 되어 2017년 9월 ‘새민중정당’을 창당하게 된다.

성남을 근거지로 활동해온 통진당 내 주요 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은 이미 2016년 ‘민중연합당’을 창당하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참이었다.

서로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진 않지만 2017년 10월 15일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은 대단결을 통해 ‘민중당’이란 깃발 아래 하나가 되었고 2020년 당명을 ‘진보당’이라고 변경한다.

당시에도 민중당을 두고 통진당의 재건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들에게 통진당 내 주요 계파였던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 되어 창당된 민중당이 통진당 2탄이라고 보일 수밖에 없는 노릇.

더군다나 진보당이라고 당명을 변경한 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홍콩 민주화 운동 탄압 등 북한과 중국이 행한 일에는 침묵을 넘어 두둔까지하고 대한민국과 미국·일본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반대만 일삼으니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흔히 ‘청주 간첩단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도 진보당이 민중당 시절 당원들에 의해 발생했다.

충북 동지회 구성원 영장 실질심사 (사진=연합뉴스)

이들 간첩단은 북한의 포섭을 받고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한 후 ‘민중당에 입당하라’는 북의 지령에 따라 민중당 활동을 했다. 이후 민중당 간부 및 포섭대상들과 접촉을 지속적으로 유지했고 이를 통해 파악된 정보를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충북동지회는 “총선의 기본 목표를 친미우익 보수세력을 확고히 제압하고, 진보민주 개혁세력이 압도적 승리를 이룩하는 것과 함께 합법적 진보 정당인 민중당의 조직 사상적·대중적 지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는 북의 지령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진보당에서는 충북동지회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사실 진보당은 대중에게 각인된 북한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집단이란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중이고 돌발적인 사건이 잊을만하면 드러나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진보당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 제도권 내의 정당을 표방한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함에도 항상 모른 척 침묵으로만 일관해온 잘못이 분명히 있다.

아무리 세를 불리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분명 내부적으로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구성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를리 없고, 그렇다면 그들을 솎아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위성정당에는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 일명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조직도 숟가락을 얹고 있다.

이들 명단에 이름을 올린 234명의 면면을 보면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마디로 수십 년동안 보수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온갖 사유로 집회를 만들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확성기 볼륨을 높였던 ‘데모 전문가’는 다 모여 있다고 보면 될 정도이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선택할 때마다 세몰이를 위해 동원되는 이른바 ‘자발적으로 동참한 일반시민’의 대부분이 이들이다.

일단 지난 13일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재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추진을 위한 연석회의’에 참석한 인물들부터 범상치 않다.

박홍근 민주당 민주연합추진단장이 27일 국회에서 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 추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 끝)박석운 씨, (오른쪽 끝)조성우 씨 (사진=연합뉴스)

이 때 연합정치시민회의에서는 박석운·조성우·진영종 공동운영위원장이 참석했다.

박석운씨는 윤석열 정권 퇴진, 후쿠시마 방류 반대, 한·미·일 정상회의 규탄, 박근혜 퇴진 촛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한미 FTA 반대 등 각종 시위를 주도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 재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성남의료원 초대 상임이사를 지내는 등 이 대표와의 인연도 깊다.

조성우씨는 과거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실무회담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이적 혐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적도 있다. 그가 이사장을 맡은 겨레하나는 지난달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 발언으로 논란이 된 윤미향 의원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단체이기도 하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진영종씨는 성공회대 교수 출신이다. 전국대학강사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국보법 폐지 운동에 참여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사드 배치 반대, 이명박 정부 규탄 등에 참여했고 천안함 폭침 당시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외 ‘미 패권 세력이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냈다’라고 주장하는 발언으로 지난해 6월 민주당 혁신위원장직에서 9시간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윤석열 정부가 무절제하고 무도한 검찰권 행정권 남용으로 삼권분립을 파괴한다”며 “이제는 검찰 권력을 정리할 때가 됐다”고 말한 함세웅 신부, 지난해 8월 후쿠시마 방류 반대를 주장하며 주한 일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16명이 체포된 단체인 진보대학생넷의 강새봄 대표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더욱 놀라운 인물은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이다.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주동자들 중 일부가 바로 ‘경남진보연합’ 소속이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창원시를 중심으로 제주도와 전주시 등지의 일부 인사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여러 지하 조직을 만들고 이적 활동을 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지난해 3월 1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발표한 ‘자통민중전위’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보도자료 (자료=서울중앙지검)

국정원의 오랜 조사에 의해 전국단위 조직인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가 드러났고, 이들 조직은 창원시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여러 방산업체를 비롯해 국방과학연구소와 육군종합정비창 등 군사안보 관련 기관들을 염탐하고 해킹까지 시도했다고 알려졌다.

동시에 자통은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을 주도하고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 등의 공작을 지령에 따라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들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인물 중 제주도에 근거지를 둔 인사들은 진보당 전·현직 제주도당 위원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가 진행될 수록 북한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오고 있다. 전교조 강원도 지부장과 전 진보당 공동대표 또한 간첩단과 연루된 의혹이 있어 작년 5월 국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민주당이라고 오랜 기간 상부상조를 유지해온 관계이기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들의 세력까지 합쳐 권력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끈 후 반(反)윤석열 투쟁을 최고조로 이끌어 윤석열 정부를 흔들어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 목표를 위해 진보당, 연합정치시민회의 등의 협조가 절실하기에 이들 세력에게 선물로 비례 지분을 후하게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법적으로는 민주당과 별개인 정당이 될 ‘민주개혁진보연합’이 합류하는 사람과 단체의 국보법 위반 전력, 이적 행위 검증에 소극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종북 좌파세력과 음모론자들의 국회 진출 교두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합의문에 따르면 진보당은 3석, 새진보연합도 3석 그리고 일명 ‘국민후보’에게 4석이 안배되어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민주당 위성정당 창당 합의문에 “국민후보 공모와 심사는 시민사회가 추천하는 위원이 중심이 되는 독립적인 심사위원회가 맡는다”는 내용이 있으니 결국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급조된 조직이 4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결정할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진보당 같은 정당이야 그렇다쳐도 도대체 재야단체들이 데모 하나 잘하는 능력으로 소중한 의석을 4석이나 배정받았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재야(在野)라는 말 그대로, 재야는 제도권 정치 조직 속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정치 활동을 해야 온당하다.

4석은 확보했으니 이젠 이들을 재여(在與)단체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그까짓 국회 몇 석 주는거 아깝지 않다.

이번에 이들이 민주당으로부터 하사 받은 의석을 넙죽 받고, 이젠 반미 투쟁하고 북한에 동조하고 소모적 집회를 하는걸 딱 끊겠다고 약속한다면.

물론 ‘개 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족제비털) 되지 않는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른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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