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일명 제3지대 열풍이 세게 불어오고 있다.
16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새로운미래(가칭)라는 신당의 창당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미 당명과 주도 인물의 이름의 매칭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개혁신당(이준석), 미래대연합(김종민·조응천·이원욱·박원석), 새로운선택(금태섭), 한국의희망(양향자) 등 우후죽순 신당이 태동하고 있는 제3지대에 또 하나의 당이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 누구나 양당 구도 정치판에서 홀로서기는 힘들다는 점을 안다. 지금 당장은 새로운 무엇인가 생겨났고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 하다는 점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결과적으로 원내 진입을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란 걸 그들 모두 알고 있다. 이에 티끌 모아 정치판의 태산을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나온 게 ‘제3지대 빅텐트” 이다.
물론 당위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성정당에 몸을 담다, ‘나와 맞지 않는다’, ‘참을 수 없다’고 나온 분들이 각자 차린 제3지대 신당 연대가 쉬울 수가 없다. 제3지대 정치 세력의 부흥을 위해 나의 정치인생을 초개와 같이 버리겠다며 똘똘 뭉친다면 모를까, 각자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게 최종 목표인 판에 그게 그리 쉽겠는가.
얼마전 이낙연 전 대표는 미래대연합에 속한 의원들과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에게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양 쪽 모두로부터 뜨뜻미지근한 의례적 반응만 받았다. 이 전 대표가 보내는 러브콜을 ‘내 밑에 와서 일해라. 결국 제3지대 대표는 이낙연’이라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충분한 세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의 합류는 동등한 동지 관계가 아닌 범 이낙연계 합류로 프레임이 씌워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이낙연 전 대표는 1952년 생으로 현재 71세 이다. 이 전 대표보다 열 살이나 많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에 도전하는 마당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옴 직 하지만 얼마나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몇몇 분들은(대놓고 이야기 하진 않지만 이준석 전 대표 또한) ‘결국 제3지대론의 핵심은 이준석’이라며 다른 세력 모두는 이준석의 개혁신당 아래 이합집산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장의 논거는 신당 세력 중 그 누구도 이준석만큼의 팬덤과 지지세를 갖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과연 가능할진 의문이다.
먼저 지금 제3지대에 동참한 세력 중 당장은 몰라도 영원히 제3지대에 남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꽤 많은 전·현직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지만 도대체 누가 소속당에서 확실한 곳에 공천을 준다 약속했을 때조차 제3지대란 열망을 위해 탈당을 감행했을 것이다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 동안 여의도 바닥 정치 세력의 이합집산을 지켜보면 탈당파들의 최종 목표는 몸 담았던 당으로의 복당이다. 당이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것까진 기대하지 않아도 최소한 노력하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를 담보 받고 떳떳하게 소속 당에 복귀하고 싶어한다. 그게 지금 나와 있는, 정치 9단까진 몰라도 ‘급’ 단위는 벗어나 7단 이상은 될 것 같은 분들의 속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이준석을 보스로 모시고 그 지시대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 넌센스이다. 정치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 영원히 안착할 기회를 엿본다면 모를까 소속 정당에 복귀할 가능성은 급전직하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으면 바로 적(敵)으로 돌리는 정치로 악명이 높다. 대통령 선거를 함께 치른 윤석열 대통령과는 물론 구원의 대상이 된 안철수 의원 그리고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정치인들과 척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과 달리 이 준석 전 대표는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에 대해 인격모독 수준의 발언까지 공공연하게 하는 성향이다. 신당 세력 중 이준석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판에서 나름 신사적이고 균형감각 있다고 평가 받아온 분들이다. 이들이 이준석 전 대표와 최소한의 코드 나마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 성향대로라면 선거가 다가올수록 양대 정당과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을 넘는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되었든 언론의 집중을 받아야 본인이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행보를 보여왔기에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만약 이준석 빅텐트에 합류해 그의 전략대로 움직이며 메시지에 동참 하면 자신을 향한 비토 세력이 늘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다시 돌아갈 다리를 완전히 부수는게 아닐까 하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본다.
양당 구도를 깨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들 보기에 일리 있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깊게 들어가면 한국 정치판의 대표적인 유니콘(있다고는 믿는 사람도 있지만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에 불과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게 신당 창당 세력이다.
그런데 돌아갈 다리를 부술 사람이 있을까?
다리를 건너 갔다 온 적 없는 분은 모르겠지만 이미 건너 가 신나고 재미있는 거대 양당 정치를 맛 본 사람은 남이 부수어 줄 순 있어도 스스로는 못 부수는 법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하는 순간 다리는 깊은 물 속에 내려 앉고 다시 세우는 건 너무나 어렵게 된다.
양당 구도를 깨야 한다는 주장은 기성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에게 매번 먹히는 테마이지만 막상 최종 선택을 받은 적 없는 낭만주의적 정치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양당제가 공고히 자리 잡은 영국 혹은 미국에서도 고착된 양당구도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영국와 미국 의회를 보며 정치 후진국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양당 구도 혹은 다당 구도는 그 국가의 문화, 제도, 정치에 대한 인식, 국민성 등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결과일 뿐 일부 정치인과 정치 패널이 외친다고 해서 쉽게 바뀔 것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제3지대든 어디든 내가 살고 봐야한다. 내 양복 상의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텐트가 내려 앉지 않는 것이다. 자꾸만 제3지대 빅텐트가 세워지긴 할지, 쳐진다면 어떤 모양의 텐트일지 궁금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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