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경고 문구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2023.4.18 hong@yna.co.kr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건축업자가 법정에서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건축업자 A(61)씨의 변호인은 3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기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기가 성립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도 성립되지 않는다”며 “다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A씨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피해자들의 고소장, 고소인 진술 조서, 수사기관 수사 보고서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증인의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히 사실관계가 드러난다고 하면 나머지는 저희가 동의하는 쪽으로 변경할 예정”이라며 “(재판부가) 방향을 잡아주면 거기 맞춰서 동의할 증거에 대해서는 동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증인신문은) 무의미해 보인다”며 “임대차계약 체결이나 연장이 대부분 기계적이고 상식적으로 이뤄졌고 피해자 기망도 동일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A씨 변호인은 재차 “원칙적으로라면 다 해야 하지만 적절한 수의 증인신문이 이뤄지고 나면 나머지는 동의하는 걸로 협조하겠다”며 맞섰다.
이에 오 판사는 다음 공판기일에 증인신문을 하기로 하면서 “검찰은 증거 목록을 검토하고 증인 신청을 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방청자 의견을 듣겠다는 오 판사 요청에 따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측의 발언도 이어졌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법정에 엄벌 촉구 탄원서를 제출한 뒤 “A씨 일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며 “A씨는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게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 사기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또 “피해자들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곳에 나와 있는 데다 앞서 경찰 조서를 작성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피해자들이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더 이상 증언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A씨를 포함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이 연녹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 등이 받아 가로챈 전세 보증금이 이미 기소된 125억원을 포함해 3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또 재판에 넘겨진 10명을 포함한 A씨 일당 61명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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