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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토론은 ‘이재명’ 13번 호출, 토지보상 해명엔 ‘국회의원’… ‘이기형’은 어디에 있나

[기자수첩] 토론은 ‘이재명’ 13번 호출, 토지보상 해명엔 ‘국회의원’… ‘이기형’은 어디에 있나
(사진= 이재명 어깨띠 두른 이기형 김포시장의 페이스북 프로필사진.)

이재명인가, 이기형인가. 2026년 김포시장 선거를 지켜본 유권자라면 한 번쯤 같은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토론장에서도, 의혹 해명에서도, 후보 본인과 목소리는 늘 존재감이 낮다.

토론회부터 그랬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형 후보가 기조연설부터 마무리 발언까지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호명한 횟수는 무려 13회. ‘이재명 대통령’ 2회, ‘이재명 정부’ 6~7회가 포함된 수치다. 5호선 연장, 골드라인 혼잡, 학급 과밀 — 시민의 일상을 묻는 질문마다 답변의 서두와 말미는 같은 이름으로 채워졌다. 정작 “이기형은 어떻게 하겠다”는 1인칭 주어는 빈약했다.

상대 후보가 ‘기본계획·실시설계 동시 추진’, ‘턴키 발주’ 같은 구체적 공기 단축 카드를 꺼낼 때, 이 후보의 손에 남은 것은 ‘관계’와 ‘연대’라는 정치적 당위뿐이었다. 실행을 외치면서 방법은 없고, 협의를 말하면서 속도는 약속한다. 슬로건을 비판한 후보의 답변이 다시 슬로건으로 회귀하는 풍경을, 토론장은 고스란히 기록했다.

문제는 토론장 밖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26일 국민의힘 박진호 김포시갑 당협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가 도의원 재직 중이던 2019년 5월 예결특위와 2022년 11월 건설교통위에서 본인·배우자 토지가 포함된 ‘계양천 수해상습지 정비사업’의 보상률과 진행 상황을 공식 회의에서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내 땅을 사달라고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어 “이 후보 부부가 약 16억 원의 보상금을 수령했고, 재산은 도의원 시작 시점의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제5조, 지방자치법 제82조 위반 혐의로 관계기관 고발 방침까지 밝힌 사안이다.

여기서 이번 선거의 본질이 드러난다. 의혹의 무게에 비해 후보 본인이 내놓은 답은 “양심에 아무런 가책이 없다”, “맨 마지막에 정상 수용됐다”는 정도의 감정적 항변에 머물렀다. 회피 신청 여부, 도의회 규정상 절차적 조치 등 공직자가 표준적으로 내놓아야 할 절차적 소명은 후보의 입에서 또렷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본격적 반박 성명을 낸 쪽은 김주영·박상혁 캠프 상임선대위원장단이었다. 의혹은 양심이 아니라 절차와 기록으로 해소된다. 그리고 그 해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후보 본인의 입에서 나와야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정책 토론장에서는 13회의 ‘이재명’이 후보의 이름을 가렸고, 16억 원 보상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엔 현역 국회의원이 포함된 선대위가 후보의 해명을 대신했다. 남의 이름으로 정책을 말하고, 남의 입으로 의혹을 막는다. 후보 본인의 1인칭은 줄곧 한 발 뒤에 서 있다. 이름을 빌리는 일이 잦아질수록 정작 본인의 이름은 옅어지고, 책임의 무게도 그만큼 분산된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위임될 수 없는 자리다. 매일 자신의 이름으로 결재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지는 자리다. 정치적 친소(親疏)나 진영의 든든한 지원군도 그 위임 불가능성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의혹의 소명조차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후보가, 곧 51만에 이르는 대도시 김포의 시장 결재선을 위임 없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는 의혹의 사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유권자가 지금 던져야 할 가장 합당한 정치적 질문이다.

남은 선거 기간, 유권자가 듣고 싶은 답은 분명하다. “이재명이 이렇게 했듯이”가 아니라 “이기형은 김포에서 이렇게 하겠다”는 1인칭의 공약. 선대위 성명서가 아니라 후보 본인의 입을 통한 2019년·2022년 도의회 발언의 절차적·법적 소명. 51만 김포가 4년을 맡길 사람인지, 그 답은 이재명이 아닌 이기형 본인의 이름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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