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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 사람 만들기 3: 친미 기독교파』
함재봉 지음 | 에이치(H) 프레스

【봉쌤의 책방】 ‘한국 사람’이라는 질문 –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 정치를 설명할 때 흔히 진보와 보수라는 구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그 틀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적지 않다. 왜 한국은 유난히 친미적인가, 왜 기독교가 정치와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됐는가 같은 질문이 그렇다. 함재봉의 『한국 사람 만들기 3: 친미 기독교파』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해 한국 현대사의 한 줄기를 따라간다.

이 책은 『한국 사람 만들기』 시리즈 가운데 세 번째 권이다. 저자는 한국 현대 정치의 흐름을 단순한 이념 대립이 아니라, 서로 다른 외부 문명과 결합한 여러 정치 전통의 경쟁으로 본다. 그 가운데 이 책이 다루는 대상은 ‘친미 기독교파’다. 해방 이후 남한 체제의 중요한 축을 이뤘던 흐름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출발점은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미국 선교사들이다. 이들은 종교 전파에만 머물지 않았다.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여성 교육과 출판 활동을 확산시켰다. 당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기독교는 신앙이라기보다 새로운 문명으로 가는 통로처럼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 이후 독립운동과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흐름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교회와 선교학교가 민족운동의 중요한 공간이 된다. 비교적 자율적인 조직이었고, 해외 네트워크도 갖고 있었다. 3·1운동에서 기독교인의 참여가 많았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시기를 거치며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조직이자 정치적 기반으로 자리 잡는다.

해방 이후 남한의 권력 구조를 보면 이런 흐름이 더 분명해진다. 미국과 가까웠던 정치 엘리트들 가운데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다수의 인물이 있었고, 이들은 반공주의와 자유주의를 결합한 정치 노선을 형성했다. 이승만 체제가 그 상징적인 출발점이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을 갖춘 국가로 굳어졌고, 그 대립은 이후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로 남게 된다.

산업화와 군사정권 시기를 지나면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다른 길이 나타난다. 한쪽에서는 반공을 앞세워 정권과 협력하는 흐름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권과 민주화를 외치며 군사정권에 맞선 세력도 등장했다. 같은 종교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적 선택이 가능했다는 점은 한국 사회의 복잡한 면을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은 한국 현대사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정치사를 단순히 국내 이념 갈등의 역사로 보는 대신, 외부 문명과의 선택과 결합의 역사로 읽어낸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는 종교를 넘어 교육과 정치,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등장한다. 한국의 친미 성향이나 기독교의 영향력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물론 저자의 구분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한국 현대사를 몇 가지 외부 지향의 계보로 나누는 방식이 현실의 복잡한 갈등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익숙한 구도를 벗어나 한국 정치의 형성과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지금의 갈등을 이해하려면 그 뿌리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한국 정치의 성격을 조금 다른 시선에서 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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