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7시 39분쯤 경기 부천시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불이 나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남녀 2명은 8층 객실에서 호텔 외부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이날 8층 810호 객실에서 시작한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진 않았지만, 건물 내부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주로 7층과 8층에 투숙한 인원이 피해가 컸다. 지상 9층, 지하 2층인 이 호텔 건물은 400번대 객실 번호가 없어 800번대 객실은 7층, 900번대 객실은 8층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재 발생을 접수한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18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하면서 투숙객을 구조했다.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소방 당국은 지휘차와 펌프차 등 차량 70여대와 소방관 등 160여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해 오후 10시 14분쯤 초기 진화를 했으며 20분 뒤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하지만 내부 수색 과정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진 7명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불이 난 호텔 건물에는 모두 64개 객실이 있으며 호텔 기록에 따르면 화재 당시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최초 발화가 시작한) 810호 문이 열린 상황에서 불이 나면서 내부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한 것으로 보이며, 호텔 복도도 좁고, 객실 창문도 작아 배연이 어려운 구조였다”고 말했다.
부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일부 사망자는 호텔 계단과 복도에서 발견됐다”며 “사상자들은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 6개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당시 7층에서 소방대원들이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 내렸음에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7시 55분쯤 807호 객실에서 남녀 각 1명씩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모서리 부분으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에어매트가 뒤집어진 상태에서 뛰어내린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해 숨졌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을 거두었다.
다음날 아침 9시 15분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 밖에도 크고 작은 피해를 본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 “저도 동영상을 봤지만 에어매트가 뒤집히던데 설치 사항에 오류가 있었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브리핑을 담당한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최초 발화된 객실에 문들 닫고 나왔으면 괜찮은데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며 “모텔 특징상 복도가 좁고 열 축적이 많아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에어매트와 관련해서는 정상 설치를 했으나 호텔에서 뛰어내린 투숙객이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조 본부장은 “떨어질 때 중앙 부분에 낙하해야 가장 안전하고 그렇게 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는데 모서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차장 입구 경사도가 있는 바닥에 (설치된 에어매트의) 모서리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뒤집히는 현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문가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이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2003년 준공된 이 호텔은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이 때문에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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