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대세 배우’가 공항 라운지로 걸어 들어오는데, 그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이 갑자기 강한 플래시를 일반 승객들을 향해 쏘기 시작한다. 팬들의 사진 촬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연예인이 벼슬이냐”, “국가의 공권력도 아닌데 경호 업체의 대응이 지나치다”, “일부 팬과 경호원들의 과한 행동으로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일약 스타로 거듭난 변우석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사설 경호업체가 공항 입구를 임의로 막거나, 시민들의 여권·탑승권을 검사한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논란이 됐다. 이들은 자의적으로 공항 게이트를 차단하는 일까지 벌여,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되기까지 했다.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모든 경호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명 ‘스타병’이라고 하는 한 배우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회에 불려오기까지 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런 과잉 경호는 이전에 없었기에 예견하기 어려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장은 경호업체의 행동에 대해 “불법 행위가 맞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고 사과했다.
연예인들이 인기를 빌미로 팬들에 대해 질서유지 수준을 벗어난 통제 수준의 경호는 비단 변우석 만의 일은 아니다.
아이돌 팬 사인회가 종종 열리는 서울 동자아트홀 측은 얼마 전 “경호는 권력이 아니다. 경찰도 아니며 ‘완장을 찬 통제자’가 아니다”라며 ‘과잉경호 금지’ 공문을 내걸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자아트홀 측은 “경호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의뢰인(연예인, 가수, 방송인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관객 내지 문화 소비자를 잠재적 가해 인물로 인식하고 경계해서 노골적으로 통제, 제지, 제압, 억압, 압박, 위협, 지시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공지했다.
이어 “경호원은 의뢰인의 신변을 보호할 뿐이지, 동자아트홀 구내를 맘대로 멋대로 출입하면서 팬들을 통제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규정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들은 경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는 팬들과 어느 정도 교류해야 할 의무가 있기도 하다”며 “경호업체들이 스타와 팬덤과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최근 논란이 된 돌발 상황들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천공항경찰단은 ‘황제 경호’ 논란을 일으킨 배우 변우석의 경호원들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변우석을 경호한 사설 업체 직원 6명 중 3명에 대해 폭행·강요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오후 홍콩 팬미팅을 마치고 입국한 변우석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jinsno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