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음악·미술과 통합으로 운용되던 체육 교과 분리 결정
유소년기 학생 체력 향상과 건강 증진 도모 목적
여성 교사 다수인 학교 현장에선 분리 반대 대부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취지는 공감하나 현장과 합의가 우선”
문화체육관광부는 26일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초등학교 1~2학년의 신체활동 관련 교과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9차 회의를 열고 초등 1∼2학년의 신체활동 관련 교과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국교위는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운영 시간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확대하는 안 역시 찬성 9명, 반대 2명, 기권 3명, 중도 이석에 따른 표결 불참 3명으로 통과시켰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통합교과에 음악·미술·체육 영역의 구분이 불명확해 학생들의 다양하고 규칙적인 신체활동 시간 확보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문체부는 이번 결정으로 약 40년 만에 체육 교과가 분리 운영됨으로써 유소년기 학생의 체력 향상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국교위에서는 중학교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운영 시간을 기존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확대하는 안도 통과되어 초·중학교 신체활동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초등학교 1~2학년의 체육 교과 분리와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시간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제3차 학교체육진흥기본계획’을 교육부와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최근 미디어 이용 시간 증가와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이 줄면서 기초체력이 감소하고 그것이 비만이나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이른바 스포츠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체육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독립된 체육 교과를 운영해 신체활동 시간을 확보하고 학교 수업을 통해 평생의 운동·건강 습관을 확립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들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초등 교사 총 7천13명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초 1∼2 체육교과 분리 개정 추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98%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고 25일 밝혔다.
현재 초 1~2학년생들에게 적용되는 ‘즐거운 생활’ 교과목에는 음악, 미술, 체육이 함께 들어있으며 체육을 포함해 신체활동, 음악, 미술 등 여러 활동을 교사의 분배에 따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초등교사들은 체육 과목이 분리되면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체육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때문에 여성 교사가 대부분인 초등학교에서 체육 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정하는 것은 환영 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교사들은 오히려 교육과정 개정 논의보다 체육 활동을 위한 현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취지는 옳지만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목적이 옳고 타당하더라도 그 과정이 절차적 합리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따르기 어렵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조 교육감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만 등 학생들의 신체적 이상징후가 확대됐고,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새로운 교육적 과제가 되고 있음을 인식한다”라며 “교육부의 제안 취지에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교육과정 개편 과정이 성급하다며 “‘2022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계의 오랜 협의와 대국민 공청회를 거쳐 확정됐는데 올해 초등학교에 막 적용을 시작한 교육과정을 다시 바꾸는 것은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또한 “(초등) 저학년의 발달단계 상 장시간 신체활동보다는 놀이중심 활동이 적합하고, (통합교과는)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과 교과중심 교육과정 사이에서 학교 적응을 위한 교과로의 정체성이 있다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즐거운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하는 것은 1980년대 이후 40여년간 초 1·2학년 제반 교육과정을 통합교과로 운영해 온 것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육활동 확대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를 고려해 “인력·시설 지원, 체육활동에 따르는 위험요소 등에 대한 보완적·선행적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교육과정 개편을) 국가교육위원회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1년 정도 체육활동 확대·강화를 위한 숙의 과정을 거치기를 제안한다”라고 덧붙였다.
jinsno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