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밌게 보시고 스트레스 깔끔하게 날려 버리시길”
배우 마동석이 괴력의 형사 마석도를 연기하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주인공 마석도 못지않게 중요한 캐릭터가 그와 한판 대결을 펼치는 빌런이다.
‘범죄도시'(2017)의 장첸(윤계상), ‘범죄도시 2′(2022)의 강해상(손석구), ‘범죄도시 3′(2023)의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가 그들이다. 이들이 마석도와 벌인 최후 결전은 영화 팬들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빌런을 교체하면서 변주를 거듭해온 만큼, 빌런은 한 작품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 4’에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 김무열(42)이 백창기라는 이름의 악당으로 나선다.
단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백창기는 묵직한 주먹 한 방을 주무기로 하는 마석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20대 때 단검 무술을 배운 적이 있어요. 단검을 잘 쓴다고 할 순 없지만, 사용법은 알고 있죠. 이번에 백창기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범죄도시 4’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비결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무열이 언급한 단검 무술은 ‘칼리 아르니스’라는 이름의 필리핀 전통 무예다.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도 ‘본’ 시리즈에서 이 무술을 선보였다.
‘범죄도시 4’ 촬영 당시 김무열은 드라마 ‘스위트홈’도 촬영 중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특수부대원 역할을 맡은 김무열은 전투 기술 훈련도 받았는데, 이 또한 ‘범죄도시 4’의 액션 연기에 도움이 됐다.
‘범죄도시 4’에서 외국 특수부대 용병 출신인 백창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살상을 자행하는 살인 기계처럼 보인다.
김무열은 “백창기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존 빌런들과는 달리 매우 전문적인 살상 기술을 갖춘 인물로, 소위 ‘배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말수가 적고 무표정한 얼굴은 백창기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그는 살기 가득한 눈빛 하나로 적을 제압한다.
“액션 연기를 하다 보면 힘이 들어가는 순간 표정이 바뀔 수 있잖아요. 입을 앙다물거나 인상을 쓰거나…. (허명행) 감독님은 그런 것도 최대한 배제했어요. 그런 표정이 나와 버린 탓에 다시 촬영한 경우가 많았죠.”
‘범죄도시 4’에서 김무열은 대부분의 액션을 배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전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무열이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 보고서'(2012)의 ‘멋진 신세계’에 함께 출연했고, ‘악인전'(2019)에선 ‘범죄도시 4’와는 반대로 김무열이 형사를, 마동석이 범죄 조직 보스를 연기했다.
김무열은 배우로서 마동석에게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가 동석이 형의 자연스러운 연기잖아요. 애드리브인지 헷갈리게 하는 대사들도 알고 보면 잠을 아껴가며 철저하게 준비한 걸 토대로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에요.”
‘범죄도시 4’의 마석도와 백창기가 결전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땐 김무열이 실수로 마동석의 팔을 주먹으로 세게 쳤지만, 마동석은 연기에 열중한 탓인지 아픈 기색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동석이 형에게 ‘괜찮아? 때렸는데’라고 했더니 형은 ‘그래? (맞은 줄도) 몰랐어’ 한마디만 하더라고요. 저는 손이 아플 정도였는데….”
김무열은 ‘정직한 후보’ 시리즈와 ‘승리호'(2020), ‘연평해전'(2015), ‘은교'(2012)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왔다.
그는 ‘범죄도시 4’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아직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지만, “‘범죄도시’ 시리즈의 세계관에 어느 정도 잘 녹아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보면서 힘들었던 것들,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들을 깔끔하게 날려 버리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