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동료 20명 인터뷰 결과 공개
“복지차관 반드시 경질해야”, “환자 버린 의사 프레임 씌우지 말라”
사직전공의 150인에 대한 정성조사 결과 발표
전공의 집단사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외에도 군 복무기간 현실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파업권 보장,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내세웠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 20명에 사직 이유와 수련 환경에 대한 의견, 복귀 조건 등을 물은 인터뷰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본인이 필수의료 과목 2년차 레지던트라고 밝힌 전공의는 ‘복귀를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수련을 하며 기소당하고 배상까지 하게 된 선배와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며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또한 “환자 사망을 포함해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는다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전공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 권한이 보장된다면 다시 돌아가겠다”,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의료법상의) 전공의 강제노동조항을 없애지 않는다면 아무도 수련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류옥 씨는 “전공의 절반은 복귀를 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전공의를 하지 않으면 군 복무로 현역 18개월, 전공의를 마치거나 중도 포기하면 38개월을 가야 하는데 군 복무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류옥 씨는 “의대생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현역으로 18개월만 군대를 가고 싶어 한다”며 “전공의들의 군 복무기간 현실화 문제는 10년 전부터 나온 것인데 이게 안되면 남성 의사들은 더 전공의 수련을 기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통령 사과는 어렵더라도 실무 책임자이자 망언을 일삼은 복지부 차관은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 “업무강도와 난이도가 높은 과목에 알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전공의들은 ‘수련을 포기한 이유’로는 “정권마다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의사가 악마화될 것 같아서”, “정부와 환자가 사명감이나 희생을 강요해서”, “수련 환경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 “필수의료 패키지가 통과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의미 없을 것 같아서” 등을 들었다.
류옥하다 씨는 이번 공개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전공의 1만2천774명과 의대생 1만8천348명에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을 물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천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류옥 씨는 이와 같은 인터뷰 결과를 근거로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버리고 환자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더 이상 의료체계가 불능이 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jinsno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