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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고성에 李 “자꾸 방해하는데”…예산안 시정연설서 여야 정면충돌

국민의힘 고성에 李 “자꾸 방해하는데”…예산안 시정연설서 여야 정면충돌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열린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 시위와 침묵으로 맞섰다. 연설 도중에는 국가채무 관련 발언을 놓고 고성이 오갔고, 이 대통령이 직접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당시 국민의힘 의원 20여명과 악수를 나눴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이날 오전 9시 44분께 남색 정장에 감색·회색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했을 때부터 여야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의 도착 시간에 맞춰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재판취소 위한 탄핵 추진 사법부 겁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대통령을 맞았다. 앞서 도착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힘내세요”, “사법부 독립 보장하라”고 외쳤던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이 대통령은 시위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례한 뒤 사전 환담장으로 향했다. 이동 과정에서 안내를 맡은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뭘 갖고 저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이견도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기금을 언급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문제가 있다. 협조가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오전 10시 2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입구부터 연단까지 양쪽으로 늘어서 박수로 환영했고, 이 대통령은 정청래 의원과 한병도 원내대표, 김민석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로텐더홀 시위에서 사용한 손팻말을 노트북에 붙인 채 침묵 시위를 이어갔다. 팻말에는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1400조 나라 빚+162조 미래빚더미기금’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자리에 앉은 채 박수를 보냈다.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된 뒤에는 국가채무를 둘러싸고 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서, 국채의 순 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라는 고성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발언을 멈추고 “말씀하실 게 있으면 하시고, 제가 마저 하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재판 재개하라”, “신규 채권은 왜 발행하냐” 등의 외침도 이어졌다.

고성이 계속되자 이 대통령은 “지금 얘기하고 있는데 자꾸 방해를 하는데, 특별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며 “자, 이제 제가 계속해도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네”라고 답한 뒤 박수로 호응했다. 소란이 가라앉으면서 이 대통령은 약 40초 만에 연설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도중 모두 30차례 박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 의원들은 한 차례도 박수에 동참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곧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철규·강민국·김장겸·김종양 의원 등은 연설 도중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조경태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이 다가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대화를 나눴다.

범여권 의원들은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을 10여분 동안 배웅했다. 서영교·김현 민주당 의원 등 일부는 본회의장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소수 정당 의원들이 있는 자리로 이동해 인사를 나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이 나가셔야 산회한다”며 농담을 건넸다. 이후 이 대통령이 오전 10시 42분께 본회의장을 떠나자 산회를 선포했다.

시정연설을 둘러싼 여야의 평가는 국회 밖에서도 엇갈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원대한 꿈을 함께 나누는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강조한 불평등과 양극화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을 세 문장으로 요약하며 비판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내 잘못은 모르겠고, 하던 대로 하겠다”, “국민은 모르겠고, 좌아하게 살련다”, “내일은 모르겠고, 오늘 다 쓰고 죽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국민 인내심 테스트”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재정 운용을 둘러싼 정책적 이견뿐 아니라 사법 현안과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여야의 대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대통령의 국회 방문부터 연설과 퇴장까지 이어진 장면들은 여야 간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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