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을 언급하며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진보 진영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과 정의당을 비롯해 노동·인권단체와 농민단체까지 반발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산업과 농촌을 지탱하는 현실을 외면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논란은 이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농업 분야의 내국인 노동자 유입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일)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본국에) 송금해 버리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인권단체 등이 참여하는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28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순으로 위계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이주노동자들이 산업과 업종의 기반을 지탱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한다는 인식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생활비를 지출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이들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진보당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주노동자가 이미 110만명을 넘어 국내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제적 기여를 부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본국 송금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열악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도 못 받으며 강제노예노동 수준에 처한 참담한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나율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업과 제조업,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주노동자의 노동에 의존하면서도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낸다는 이유로 경제적 기여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주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일한 대가”라며 “임금 전부를 고국의 가족에게 보내더라도 대통령의 타박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농민단체에서도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실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의장은 시설하우스 농업의 경우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수개월간 농가에 머물면서 수확이 끝날 때까지 일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건비 지원만으로 농촌의 인력난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 지출 구조를 보여주는 정부 통계도 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데이터처와 법무부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총소득 중 생활비 비중은 37.3%로 집계됐다. 국내외 송금은 25.5%, 저축은 15.4%, 주거비는 11.9%였다.
이 같은 수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소득 전부를 본국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도 이들이 국내에서 소비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해명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작다는 취지의 ‘비교화법’이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서 ‘크게’라는 표현을 제외하고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향해 기사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진보당과 정의당은 대통령의 해명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홍성규 대변인은 “솔직하게 시인하고 사과해야 할 일에 재차 SNS를 통해 ‘크게’라는 단어가 빠졌다며 언론에 기사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 것은 ‘더 크게’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나율 대변인도 “언론사에 사과 요구하기 전에 이주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책임을 덧씌운 비겁한 언사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단순히 송금 여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국 역시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를 서독에 파견하고,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건설 현장에 많은 근로자를 보냈던 역사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한국인 노동자들이 현지의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며 해당 국가의 경제에도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국으로 돈을 송금했다는 이유로 현지에서의 경제적 기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해외 노동을 통해 형성된 신뢰와 우호 관계 역시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라는 취지다.
이번 논란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경제 기여도를 둘러싼 시각 차이를 넘어, 농촌과 산업 현장에서 이들이 담당하는 역할과 노동환경, 대통령의 발언 및 해명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