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선고
대법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 선거비용 397억 원 반환해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의 관계 등을 두고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은 무효가 되고, 국민의힘은 국가로부터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공직선거법 기준을 크게 넘어선 형량이다. 다만 이번 판단은 1심 판결로,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어 현 단계에서 당선무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두 가지 해명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였다. 윤 전 대통령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건희 씨와 함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윤우진 전 서장의 사건 내용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이남석 변호사에게 자신을 통해 연락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정식 선임계를 제출했는지가 아니라, 변호사와 연결하거나 소개하는 과정에 실제로 관여했는지를 일반 유권자의 언어 감각과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에 따라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건진법사 관련 발언도 허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전 씨 사이에 2013년부터 교류가 있었고, 이 과정에 김건희 씨도 함께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전 씨를 ‘스님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 해명과 달리 전 씨가 무속적 성격을 띤 인물이었다는 점도 판결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들이 반드시 대선 결과를 직접 뒤바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는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허위 해명이 유권자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두 발언 모두 선거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았고 범행의 성격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파장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이 해당 선거와 관련한 범죄로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당선이 무효가 되면 후보자를 추천했던 정당이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보전받은 선거비용은 약 397억 원이다. 현행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다면 국민의힘이 해당 금액을 국가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선거범죄로 당선이 무효가 된 경우 보전 비용을 반환하도록 한 제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당선자와 정당에 재정적 책임까지 묻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이번 판결을 단순히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대한 사법적 판단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의혹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해명 역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발언이며,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인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후보자의 정책뿐 아니라 도덕성과 가족·측근을 둘러싼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정확성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발언의 진실성과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아직 1심 판단에 불과한 만큼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처럼 정치적으로 단정하는 태도 역시 경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의 구체적인 맥락과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 선거에 미친 영향 등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윤 전 대통령의 형사책임뿐 아니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의 법적 효력과 국민의힘의 397억 원 반환 여부까지 좌우하게 된다. 대선 당시의 몇 마디 해명이 전직 대통령과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에 거액의 정치적·재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상급심 판단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