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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출 발목 잡은 美웨스팅하우스…정부, “미국과 긴밀히 협의중”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식재산권 분쟁 상대인 미국 웨스팅하우스 측과 미국에서 직접 접촉해 ‘원만한 해결’을 위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원전 수출 발목 잡은 美웨스팅하우스…정부, “미국과 긴밀히 협의중”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만나 양사 간 지재권 분쟁 상황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전을 계기로 지재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한수원은 원자로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현재 수출 대상인 APR1400은 이후 독자 개발한 모델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웨스팅하우스가 문제 삼은 원자력에너지법은 법을 이행할 권한을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했으며 사인에게는 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한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으며, 웨스팅하우스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10월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코 원전 수주전은 초기 단계에서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 3파전으로 전개됐지만 웨스팅하우스가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종적으로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무리한 주장이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 과격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 최고의 원전 설비 업체로 평가 받던 웨스팅하우스는 1970년대 5만5000명의 직원을 둘 정도였지만 현재 직원은 9000명 수준으로 독자 수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또한 지난 2018년 경영난에 처한 웨스팅하우스를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가 인수하며 지배구조가 변경됐고 30여 년간 미국 내 원전 건설도 중단되며 신규 원전 공급 능력이 크게 약화됐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번 접촉에서 지재권 분쟁의 ‘원만한 타결’을 바탕으로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도모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원전 설비 규모가 2050년까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동, 유럽 등 원전 신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제안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인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법적 분쟁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원전을 포함한 당국 간 청정에너지 분야의 협력 틀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간 ‘원만한 타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업계 일각에서는 APR1400이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지만 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 정부 신고 절차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작년 4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수원이 제출한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미국인이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려했다. 당시 이를 두고 사실상 자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 통제 신고를 하려면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대신해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 뿐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체코 원전 정식 계약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호 이익이 되는 형태의 ‘원만한 합의’ 도출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간 타협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타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미 정부 간에는 원전, 에너지 분야 협력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jinsno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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