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후보 “文정부때 野탄압 정리안된 만큼 공소취소 열번도 더 했어야”
국민의힘 나경원 대표 후보는 18일 자신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밝힌 한동훈 후보를 향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해 분별 없이 좌충우돌한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당시 문재인 정권이 야당 탄압으로 보복 기소한 사건에 대해 (한 후보가) 언급을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분별력이 없지 않나 생각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 후보는 전날 방송토론회에서 “법무 장관 시절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의 체포 영장 기각에 책임을 느끼느냐”는 나 후보의 공세에 “저한테 본인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으시죠”라고 응대했다.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이던 나 후보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데,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나 후보로부터 이 사건의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오히려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당한 정치 탄압을 바로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는 “2019년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며 의회 폭주가 시작됐다. 그 사건으로 27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며 “전형적인 문재인 정부의 야당 탄압인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정리가 잘 안됐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전날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는 “헌법 질서를 바로 세워달라는 말이었고,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민주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으면 공소 취소를 열 번도 더 해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의 폭로를 두고 당내 반발 또한 커지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세미나에서 한 후보를 두고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며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드러낸 발언이라고 한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몇몇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한 후보를 난타했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형사사건 청탁 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폭주하는 민주당의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우리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파색이 옅은 이양수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한 후보의 발언을 “전략상 실점한 것”이라고 꼬집으며 “패스트트랙을 재판받는 의원들이 30명인데, 그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한 후보를 향해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의 검사 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적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새미준 세미나에서 “(한 후보가) 까발린 게 참 기가 막힐 일”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나왔으면 당원들이 ‘당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와야 하는데, (유명 가수) 임영웅 보듯이 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발언으로 당내외 반발을 인지한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면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한 후보는 이어 “당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 불원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며 “당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용기 내어 싸웠던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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