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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일단 1509명 늘어났다

의대 증원, 1998년이 마지막…의약분업 때 줄어든 정원, 19년간 ‘동결’
이명박·문재인 정부도 시도했지만, 의사 집단행동에 번번이 ‘실패’
의사들 반발 무릅쓴 의대 증원 확정, 다음 과제는 ‘의료계 불만 누그러뜨리기’

’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일단 1509명 늘어났다
윤 대통령, ‘의료 공백 사태’ 대국민 담화 (사진=연합뉴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의과대학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승인하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1988년 마지막으로 늘어났던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감축이 결정된 후 19년간 동결됐다. 2010년대 들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의사 부족론’이 대두했지만,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과 집단행동으로 역대 정권의 증원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한 실패를 딛고 ‘의대 증원 확정’이라는 결실을 거뒀지만, 끝내 의료계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진통 끝에 확정한 증원을 토대로 전반적인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 꺼진 의과대학 자율학습실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이 늘어난 건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제주의대 신설로 의대 정원은 3천300명까지 늘었다. 정원외, 편입학을 모두 합치면 3천507명이었다.

1990년대 연이은 의대 신설로 의대 정원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증원 기조도 끝이 났다. 의약분업으로 병·의원의 약 처방이 불가능해지며 의료계가 수입에 타격을 입자, 정부가 의대 정원 축소를 협상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에 수가 인상 등과 함께 ‘2002년까지 의대 정원 10% 감축 후 동결’을 제안했다.

의료계는 의대교육 부실 등을 이유로 ‘정원의 70% 수준으로 감축’까지 요구했지만, 양측은 줄다리기 끝에 10%를 우선 감축하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인력과 의료교육 정상화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의대 정원은 2003년 3천253명, 2005년 3천97명, 2006년 3천58명까지 줄었다. 정원 외까지 합치면 의약분업으로 인해 총 350명가량 줄었다.

현재 정원은 2006년 이후 19년간 3천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의대 증원 반대 피켓 든 제주대 의대생들 (사진=연합뉴스)

2010년대 들어 급속한 고령화로 의사 수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 정권은 여러 번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연세대 의료·복지연구소가 제출한 의사인력 보고서 등을 근거로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병원협회, 시민단체와 의대 증원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와 시민단체는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에 나섰다. 당국과 시민단체, 의료 취약지역 지자체 등은 증원에 공감했으나, 의료계는 ‘단순히 숫자만 늘리자고 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는 주장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결국 정부는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증원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의대 증원을 추진했다.

커지는 ‘필수의료 공백’에 정부는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을 내놓았고, 2023년 개교를 목표로 보건복지부에서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공청회 등에 참여해 강하게 제동을 걸자 공공의대법은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안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건인력 확충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400명 의대 증원’ 제안과 함께 다시 내놓았다. 여당과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천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는 방안을 내밀었다.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로 육성할 방침이라는 계획도 덧붙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들어갔고, 결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원점에서 증원을 재논의하자”는 데 합의해야 했다.

계속되는 의정갈등 (사진=연합뉴스)

역대 정권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의사단체의 강력한 영향력과 집단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번번이 들고나오는 ‘파업 카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에 큰 부담을 안겼고, 결국 역대 정부가 매번 ‘백기’를 들게 만들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에는 의료계 다수가 동참한 대규모 장기 파업으로 ‘의료대란’이 발생해 시민들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시행을 앞둔 그해 6월에는 전국 1만8천5백여 동네의원 중 95.8%가 휴진에 참여했다. 대도시 종합병원 전공의 거의 전부와 지방 전공의의 60∼90%가 파업에 참여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제외한 외래진료가 중단됐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 당시 증원 시도 때에는 의협이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고, 전공의까지 파업에 가세했다. 특히 교수를 보조하고 입원환자를 살피는 전공의들이 ‘무기한 업무중단’을 선언하자 코로나 진료에 비상이 걸렸고, 정부는 또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역대 정권의 실패를 딛고 내년도 의대 증원을 확정한 것은 하나의 ‘결실’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증원 과정에서도 끝내 의료계를 설득해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고,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의료계에서 “증원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의사들 간 충분한 소통과 논의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다음 과제는 진통 끝에 확정한 증원을 토대로 전반적인 ‘의료개혁’을 성공시키는 것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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