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데이터 전송 속도 25배 부풀려…근거 없이 서로 ‘우리가 1등’ 주장 한기정 공정위원장 “부당하게 소비자가 고가 요금제 가입하게 해”
한기정 공정위원장, 이동통신 3사의 5G 속도 과장 광고행위 제재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3.5.24 kjhpress@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약 25배 부풀려 광고했다가 수백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 3사가 5G 속도를 거짓·과장, 기만적으로 광고하고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3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관련 매출액에 따라 산정된 업체별 과징금은 SKT 168억3천만원, KT 139억3천만원, LGU+ 28억5천만원이다.
역대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가운데 두 번째로 과징금이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2017∼2018년부터 자사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5G 서비스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르는 것처럼 광고했다.
이들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른 속도”, “2GB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요” 등의 문구를 내걸었다.
그러나 20Gbps는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일 뿐 이통 3사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대역폭으로는 20Gbps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28GHz 고주파 대역을 지원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기종이 출시되지도 않았다.
실제 2021년 3사의 평균 5G 전송 속도는 0.8Gbps로 25분의 1에 그쳤다.
광고 기간 전체로 보면 평균 속도가 20Gbps의 약 3∼4% 수준인 656∼801Mbps였다. 같은 기간 LTE 속도와 비교하면 3.8∼6.8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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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는 5G 서비스가 출시된 2019년 4월 3일을 전후한 시점부터는 자사 5G 서비스의 최고 속도가 2.1∼2.7Gbps라고 광고했다.
20Gbps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실제 속도보다 크게 부풀려진 수치다. 실제 속도는 2.1∼2.7Gbps의 약 25∼34% 수준이었다.
이통 3사는 1대의 기지국에 1개의 단말기만 접속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 최고 속도를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통 3사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20Gbps),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과 엄격한 전제조건에서 계산되는 최대 지원 속도(2.1∼2.7Gbps)를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며 “실험 환경의 구체적인 전제조건 등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기재해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정보를 은폐·누락했다”고 지적했다.
거짓·과장 광고이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였다는 설명이다.
3사는 객관적인 근거 없이 서로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빠르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너도 나도 1등을 외쳤지만 자사 직원이 측정한 결과를 활용하거나 특정 지역 측정값을 일반화하고 유리한 결과만 취사 선택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취했다. SKT는 자신의 5G 속도와 타사의 LTE 속도를 비교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기도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통 3사가 부당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하고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통 3사는 심의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라 2.1∼2.7Gbps가 ‘이론상 최고속도’이고 ‘실제 속도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표시했으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험 조건이 실제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우, 형식적으로 제한 사항을 덧붙인다고 소비자 오인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장은 “이론상 최고 속도에 대해 광고하는 경우 그 수치가 도출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기하거나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대략적인 속도 범위를 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지도에 따르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당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은 공정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5G 속도 과장 광고한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 336억 원 부과’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에스케이텔레콤, 케이티, 엘지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3.5.24 kjhpress@yna.co.kr
이번 사건 조사는 2020년 10월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신고로 시작됐다.
한 위원장은 제재가 늦어져 소비자들이 부당한 광고에 장기간 노출됐다는 지적에 대해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사실관계, 법 적용 관련한 착오 문제로 재심사를 거치면서 절차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기술 세대 전환 때마다 반복돼온 부당광고 관행을 근절하고,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속도에 관한 광고의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표현은 대통령 기념사 등에서도 쓰였는데 이를 과장 광고로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4월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기존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 기기는 10배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넓고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가 5G”라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현재 이통 3사가 요금제·단말기 장려금·알뜰폰 시장 등 업무 전반에서 담합 또는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알뜰폰 시장과 단말기 유통 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과기부, 방통위와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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