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던 범야권 의원들과 연쇄 만찬을 갖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 시장이 새로운 정치적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오 시장과 참석 의원들은 이번 회동이 계파 결집보다는 보수 통합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시장 공관에서 항소심 선고 당시 서울고등법원을 찾아 응원했던 의원들과 만찬을 진행한다.
만찬 참석 대상에는 국민의힘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조은희·이상휘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이날 참석이 어려운 의원들은 27일 별도로 만날 예정이다.
오 시장 측은 재판 당시 직접 법원을 찾아준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사법 리스크를 일부 덜어내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판결이 오 시장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넘어 보수 진영의 역학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로 오세훈 시장 개인이 아니라 보수 전체에 희망이 생긴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의원 사이의 갈등을 언급하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 내지는 적대감 속에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제3 요소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개혁과 혁신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는 세력 균형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오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계파 형성이나 대권 경쟁 구도가 곧바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의원은 “지금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보수의 통합을 통해 자기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오계 형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 오 시장 개인 성향 자체가 그런 걸 할 사람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오 시장의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그래도 경쟁력이 있지 않느냐”며 “다른 민주당 후보가 누가 나와도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객관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의 다른 주자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며 “어쨌든 모두가 힘을 모아 단합해야 우리가 정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찬에 참석하는 의원들도 이번 회동을 친오계 결성이나 세력화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국정감사로 바쁜데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응원하러 와줬으니 굉장히 고마울 것”이라며 “그런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만찬에서 당내 현안이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다른 의원은 “장동혁 대표나 한동훈 전 대표에 관한 얘기는 예민해서 하기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이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 일정한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해당 의원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다섯 차례 지낸 경험과 당내 정치적 경륜을 거론하며 “그 자체로 정치적 위상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도 무죄 선고 이후 보수 진영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한국사진기자협회 주최 체육대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에게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며 “분열된 모습보다는 단합되고 통합된 모습의 국민의힘이 국민께 마음의 위안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각이나 철학이 조금 다른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을 향한 견제 수위를 높였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오 시장의 명태균 관련 의혹과 서울시정의 각종 위법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제3자 대납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정치자금법의 실효성을 높일 입법 보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이번 연쇄 만찬은 당장 새로운 계파의 출범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보수 진영의 결속과 향후 당내 역할을 둘러싼 논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통합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보수 진영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