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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공천은 선택의 폭력이었나

【사설】 국민의힘 공천은 선택의 폭력이었나
사진 순서대로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연수(갑) 전략공천된 송영길 후보, 국민의힘 정승연 연수(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박종진 서구(을) 당협위원장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발 절차가 아니다. 그 정당이 어떤 기준과 철학으로 정치를 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그래서 공천을 보면 그 당의 수준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인천 연수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둘러싼 결정은 솔직히 납득하기 쉽지 않다. 전략이라기보다 자기부정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연속 낙선을 겪은 방송인 출신 박종진 인천 서구(을) 당협위원장에게 단수공천을 부여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전략공천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두 정당 모두 대중적 인지도를 고려한 선택으로 읽힌다. 반면 10년 넘게 한 지역을 지켜오며 지지율을 꾸준히 끌어올린 현직 당협위원장 정승연은 경선 기회조차 없이 배제됐다. 이를 정상적인 경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치는 원래 지역에서 쌓는 것이다. 조직도, 신뢰도 그렇다. 시간이 걸린다. 대신 남는다. 그런데 이번 공천은 그 흐름을 거꾸로 간다. 남아 있던 사람이 아니라 들어온 사람이 앞선다. 쌓은 것보다 선택된 것이 우선이다. 이런 식이면 누가 지역을 지키겠나. 선거 때마다 옮기고, 기회 될때 내려오면 그만이라는 신호를 주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메시지다. 이런 공천은 당원과 유권자에게 분명하게 들린다. “지역을 지켜도 의미 없다. 결국 선택은 다른 데서 이루어진다.” 이건 조직을 흔드는 메시지다. 생각보다 오래 간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따른 구도를 두고 외부 세력이 한 지역을 무대로 경쟁하는 모습 같다는 말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청일전쟁은 조선이라는 공간을 두고 외부 세력인 청과 일본이 각축을 벌인 사건이었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여기에 빗대는 건 과한 측면이있다. 그렇지만 지역 안의 경쟁이 아니라 바깥에서 판이 짜인다는 점, 그 불편함은 비슷하다.

정당이 스스로를 지키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일관성, 그리고 납득 가능성이다. 누구는 전략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되고, 누구는 원칙이라는 이유로 배제된다면 그건 원칙이 아니다. 그냥 선택이고 폭력이다.

공천은 승리를 위한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승리가 조직과 신뢰를 깎아먹으면서 얻는 것이라면, 그걸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국 남는건 결과가 아니라 후유증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건 또 하나의 전략이 아니다. 기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게 없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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