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여당이 추진 중인 ‘DMZ(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DMZ법)이 정전협정과 상충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28일 오후 용산기지 드래곤힐로지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DMZ법이 통과된다면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한국 정부가 협정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군사분계선 이남 DMZ 구역에 대한 관할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DMZ법은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일부는 이를 ‘영토 주권’ 문제와 연계해 입법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따라 DMZ 내 민간인 출입 통제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DMZ법은 출입 통제권을 제삼자(통일부 장관)에게 부여하면서도, 이에 따른 책임은 여전히 유엔군사령관에게 남긴 구조라는 것이다.
유엔사 관계자는 “만약 DMZ 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그 책임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에게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53년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의 적용을 받기로 결정한 점을 언급하며, 유엔군사령관의 허가 없이 민간인 출입이 이뤄질 경우 이는 협정 위반이자 DMZ의 초기 목적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와 유엔사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도 아주 큰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이해관계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미국이나 북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DMZ법 추진과 관련해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특정 부분에서는 협의됐던 부분도 있지만 언론 보도가 있기 전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유엔사는 유엔군사령관이 DMZ 내 군사적 사안뿐 아니라 민사행정과 구제사업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정전협정 서문에 명시된 ‘규정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이라는 문구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이 아님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유엔사가 민간인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일부 주장을 반박했다.
또 통일부가 ‘DMZ 평화의 길’ 가운데 일반 개방이 중단된 파주·철원·고성 3개 코스의 재개방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아직도 많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진입돼야 하는 지역”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유엔사가 얘기한 건 유엔사의 입장인 것이고 국회가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고유 입법 권한”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사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DMZ 출입이 한 차례 불허됐던 사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김 차장의 출입신청서를 지난해 11월 말에 받았는데 한국 간부가 DMZ 내 폭발로 부상한 사건이 발생한 때”라며 “안전상 이유로 다른 방문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몇 달간 두 차례 DMZ를 방문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유엔사가 전혀 막지 않았다”며 “충분한 시간 내 신청돼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의로 해석해 불허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근거를 갖고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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