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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이 쏘아올린 누리호,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새 장을 열다

[사설] 민간이 쏘아올린 누리호,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새 장을 열다
2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누리호가 불꽃을 뿜으며 이륙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4호기가 새벽하늘을 가르며 솟아오른 순간, 대한민국 우주개발사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중형 과학위성 1기와 큐브위성 12기를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려놓은 이번 발사는 단순한 기술적 성공을 넘어, 한국의 우주 역량이 실험 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실용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린 사건이다. 더 크게 주목해야 할 점은 발사체의 제작과 발사 운영을 민간기업이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동안 한국의 우주개발은 정부 연구기관이 중심이 되고 민간이 일부를 보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4호기 발사는 대학·연구기관·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우주 산업 구조의 정상화’로 평가할 수 있다. 민간 기업이 발사체 개발을 담당하고, 연구기관이 위성을 제작하며, 정부는 전략과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구도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스페이스X가 미국 우주산업을 혁신적으로 확장시킨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물론 과제도 많다. 우주 산업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성공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다. 우연한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반복된 발사와 안정된 운용을 통해 기술이 누적될 때 비로소 ‘산업’이 된다. 발사체 기술의 고도화, 위성 데이터 처리능력 향상, 우주 인력 양성, 발사장 인프라 확대 등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제도·재정적 환경을 갖추고, 연구기관과 기업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사가 지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외국 기술과 외국 발사장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 기업이 설계·제작한 발사체를 한국 땅에서 쏘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의 우주주권 확보를 알리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우주 기반 기후관측, 재난 대응, 군사·안보 위성체계, 차세대 통신 등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걸린 분야에서 자립을 향한 문이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우주 발사체는 반도체 한 줄의 공정, 선박 한 척의 건조처럼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다양한 산업과 기술, 공정이 총동원돼야 만들어지는 국가 기술력의 집약체다. 누리호 한 발이 성공적으로 솟아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정밀제조·첨단기술 생태계가 함께 한 단계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한 발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우주개발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뿌리내리게 할 지속성과 투명성, 그리고 민간과 정부의 균형 잡힌 협력이다. 우주는 더 이상 몇몇 선진국만의 무대가 아니다. 이번 누리호 4호기가 보여준 가능성을 현실의 성장으로 연결한다면, 대한민국은 우주 신흥국을 넘어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누리호는 그 미래를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top_tier_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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