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비명계 연일 압박에 강성지지층 반발도 격화…지도부, 소통 행보 계속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정수연 정윤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방탄 정당’ 이미지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며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비명계의 거듭된 공개 압박과 맞물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를 향한 공격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명확한 수습책 없이 어수선한 당 상황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잠재돼 있던 계파 간 갈등이 산발적으로 분출하는 모양새다.
비명계 재선인 김종민 의원은 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올해 상반기 안에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안 되고,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심어지면 총선까지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방탄 정당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이런 선택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며 “대표를 그만두지 않더라도 해결책을 내놓고 대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됐다”고 비판했다.
일각의 ‘대안부재론’에도 “이 대표가 없다고 민주당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개인 한 사람한테 의존해 당을 끌고 간다, 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반박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윤건영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에게는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걸으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그 길이 어디인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가 당선된 이후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친명계로만 움츠려서 축소형 인사를 했었던 (것에서 벗어나) 통합·확장적 인사를 해서 돌파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직 개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전략기획위원장이나 대변인 등 일부 당직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하라는 얘기냐”고 반문,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 등으로 항의를 표시해 온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오프라인 행동에도 나섰다.
이 대표 지지 성향 유튜브 채널인 ‘잼잼자봉단TV’는 지지자들이 전날 경기 부천시에서 열린 비명계 설훈 의원의 지역구 의정 보고회에 참석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지지자들은 설 의원에게 “왜 강하게 투쟁하지 못하느냐”, “촛불 현장에서, 당사 압수수색 현장에서 함께하셨으면 좋겠다” 등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이에 설 의원은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고, 중산층이 우리를 지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승리의 제1 요건”이라며 “어떻게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것이냐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르다”고 답했다.
이 채널 운영자는 의정 보고회가 끝난 뒤 당원들과 인터뷰하며 “다음 총선에 설 의원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기회를 계속 줄 거냐”고 묻기도 했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오는 10일 또 다른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의 화성시 지역구 사무실 인근에서 규탄 집회를 열겠다는 이미지 파일이 유포되는 일도 있었다.
당내 파열음이 커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연일 선수별, 계파별로 의원들과 접촉을 이어가며 수습책을 강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4선 의원 10명과 오찬 회동을 했다. 지난 7일 3선 의원 만찬, 8일 5선 의원 오찬에 이어 사흘째 소통 행보다.
박 원내대표는 공지를 통해 “오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당내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면서 함께 지혜롭게 수습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특히 당의 분열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결코 안 되고, 지도부가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포용하면서 당의 쇄신이나 민생 성과를 통해 국민과 당원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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